계족산은 대전 대덕구에 있는 산이다. 14km에 이르는 황톳길 트래킹 코스로 이름 나서 한국관광 100선에 든다. 산 모양이 닭의 다리를 닮아 계발산 더러는 닭다리산이라고도 불린다. 인근 동네에 지네가 많아 지네의 천적인 닭을 빌어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계족산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맨발로 황톳길을 오르다 보면 발밑으로 스며드는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기분이 든다.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든 계기가 재미있다. 하이힐을 싣고 힘들게 올라가는 여인에게 신발을 벗어주고 자신은 맨발로 산을 올라갔는데, 그날 저녁 숙면을 취하게 되었고 다음날 아침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맨발로 걷는 것의 효험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비를 들려 맨발로 걷기에 편하도록 황톳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톳길을 완만한 숲길이라 가볍게 트래킹 하기엔 최적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나무데크 길 조성으로 편하게 푸르고 맑은 공기를 쐬며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산 중턱에는 6세기경 삼국시대에 축조된 계족산성이 있다. 성내 건물터에서 고려시대 기와와 조선시대 자기 파편이 발견되어 조선시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적 제355호로 지정되어 옛 모습으로 복원되었고, 산성 내에는 봉화대가 재현되어 있다.
성벽 너머로 금강 대청호가 펼쳐진다.
여러 등산코스가 있는데. 그중 나는 중턱에서 이현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편백나무가 길가에서 내려오는 나를 따라왔다. 그냥 그곳이 있어 걸었다. 도심에서 시든 핏 멍들이 한 겹 두 겹 떨어져 나갔다.
계족산 하산길인 이현동은 대덕구에 위치하지만 인적이 드문 작은 동네였다. 길가 고목에는 마을의 안녕을 빈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을에는 객지에 나간 자식들에게 부쳐 줄 메주덩어리가 주렁주렁 달렸다. 어르신들을 위한 예술공방도 있다. 이름하여 '나이야 가라!'. 예전엔 미국과 다리 건너 캐나다 쪽에서 나이아가라는 물보라를 맞던 큰 폭포였는데, 이곳에서는 나이를 이기는 활동이 필요한 중년이 되어 감을 깨닫게 해 주는 단어이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택시를 불렀으나 인근에 택시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되었다. 버스조차 자주 다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작고 아담한 마을을 어슬렁거리다가 길가에 세워진 자가용 운전자에 말을 걸었다.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만 데려 달라고 부탁했다. 선뜻 선의를 베풀어 태워주었다. 이 고마움을 다른 사람에게 갚아 주어야지. 그 사람은 또 다른 이에게 베풀겠지. 그러면 선의가 선순환되어 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뀔 것이다.
이현마을에서 버스가 다니는 삼거리까지 나오는 길 따라 금강 대청호의 푸른 경치가 동행해서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벼운 트래킹, 좋은 이웃과 아름다운 대청호 드라이브 코스가 잘 어울렸다.
대청호 인근 위치좋은 곳에 맛집으로 이름난 식당들이 즐비하다. 식사는 호수를 바라다볼 수 있는 식당에 앉아 송어회나 빠가사리(동자개) 민물 매운탕을 주문하면 좋다. 1 급수에서 키우는 양식 송어는 기생충이 없어 안전하게 회로 먹을 수 있다. 붉은 색깔의 송어회는 부드럽고 맛이 고소하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연어 회와 덧밥은 비싼 편이지만, 연어는 값이 싸고 부드러운 식감과 연어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비슷하다. 저렴한 값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송어를 먹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채로 친 싱싱한 깻잎, 상추, 쑥갓과 미나리 등의 야채를 큰 대접에 담고, 송어회를 듬뿍 얹는다. 간 마늘과 참기름, 콩가루를 조금 뿌린 뒤 버물려 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하다. 싱싱한 야채와 비벼 송어회를 먹으면 건강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치아가 좋지 않은 어머니께서도 맛있게 즐겨 드시는 음식이다.
빠가사리 민물 매운탕도 맛이 특별하다. 부산에 사는 지라 회를 먹는 기회가 많다. 부산에서는 회를 듬성듬성 크게 뜨고, 한 번에 회를 여러 조각 집어 막장과 고추냉이와 함께 버물린 초장을 찍어 입안 가득 회를 넣어 우적우적 먹는다. 활어의 쫄깃쫄깃한 식감을 중요시 여긴다. 부산 회에 익숙한 사람들은 타 지역의 무채나 차가운 옥돌 위에 얹어 나오는 얉게 뜬 회가 마땅치 않다. 푸석한 식감과 얉은 회 조각으로는 도저히 회의 참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맛집으로 이름났다는 회집으로 여러 번 초대받아 갔지만, 부산 회와 비견할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젠 타지에서 회집을 가는 것을 거부할 정도다. 그런 만큼 부산 사람들은 매운탕 맛에도 민감하다. 우럭 대가리 등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서더리를 넣고 무가 푹 익을 정 도로 오래 끓여 구수한 맛이 나는 매운탕을 좋아한다. 방아잎이나 제피 가루를 넣어 제맛을 낸 매운탕이 나오면, 국물 몇 숟가락 떠먹고 식사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바다고기 매운탕과 빠가사리 민물 매운탕은 맛과 먹는 방법에서 다르다. 바다 물고기 서더리로 끓인 구수한 매운탕은 이미 회로 부른 배를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주 음식이 아닌 마무리용 보조 음식이다. 반면에 빠가사리 매운탕은 주 음식으로, 서더리가 아니라 물고기를 통째로 끓여 나온다. 맛을 내기 위해 민물새우를 추가하여 시래기와 야채를 가득 넣어 끓인다. 은은한 향이 나는 빠가사리 속살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진다. 시래기와 수제비까지 바닥이 보이도록 알뜰하게 챙겨 먹는다. 빠가사리 매운탕은 국물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매운탕을 통째로 먹는다. 바다고기 매운탕은 구수한 맛을 기대하지만, 빠가사리 매운탕은 얼큰하면서 담백하고,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와야 한다. 그래야 식사 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하루 휴가 보내기로 맨발로 계족산 황톳길 걷기와 대청호 송어회나 빠가사리 매운탕으로 식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