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과학적인 글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한글로는 다른 나라 말을 비교적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에 비해, 다른 나라 말을 상당히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Pestalozzi라는 스위스 교육자의 영어식 발음은 ‘페스터라치 [pèstəlɑ́tsi]’입니다. 그런데 중국어에서는 ‘페이시타루어치, 佩斯塔洛齐 [Pèisītǎluòqí]’라고 발음합니다. 앨리스의 영어식 발음은 ‘앨리스 [ǽlis]’입니다. [i]는 ‘어’에 가까운 발음이고 [ǽ] 발음을 할 때 [l] 발음 때문에 혀가 이미 앞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앨러스’ 정도로 발음됩니다. 일본말로는 ‘아리스(アリス)’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우리말로는 ‘애리스’든, ‘앨리스’든, ‘앨러스’든 모두 표현이 가능합니다.
물론 세상 소리 전부를 우리말로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언어에 비해 비교적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습니다.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만으로 1만 개 이상의 발음(11,172개)을 적을 수 있다는 사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중국어는 410개, 일본어에서는 300개를 표기할 수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사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표기할 수 없는 소리가 없을 정도의 언어라면, 배우기가 어려워야 할 것 같은데, 한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말과 의성어를 쉽고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지만 배우기는 매우 쉽습니다. (한글 공부를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말로는 “(비록) 바람소리, 두루미 울음소리, 닭 소리, 개 짖는 소리라도 모두 쓸 수 있습니다(김슬옹, 2013: 204쪽).” 그 점을 잘 살려서 의성어와 의태어 말놀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에 실린 정인지 님의 서문 중 일부 (간송미술관 소장)
⑯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 ㉠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는, ‘짹짹’, ‘멍멍’과 같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성어로 시작하면 됩니다. 동물이 내는 소리나 몸짓 단어나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익힐 수 있는 놀이입니다. 다음은 의성어, 의태어 놀이의 도입 예시입니다.
해 설: 징검다리를 건너니 저 멀리 돌고래가 보였어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돌고래에게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았어요.
윤 서: 무슨 일이니?
돌고래: 나의 아기들을 잃어버렸어. 흑흑.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윤 서: 그럼 아기 돌고래들을 큰 소리로 불러 모으면 되잖아!
돌고래: 내가 목을 다쳐서 큰 소리로 말을 할 수가 없어. 너희들이 대신해주면 안 될까? 대신 돌고래 말로 해야 해.
돌고래는 어떤 소리를 낼까요? 궁금하면 찾아봐도 좋고 상상해서 만들어봐도 좋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그 소리를 받아 적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같이 소리 연습을 해보고 돌고래 합창단을 꾸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가 짖는 소리도 개 종류에 따라 다르듯이, 자동차도 한 가지 소리만 내는 건 아닙니다. 경적소리나 엔진소리로 의성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뻐꾸기 소리도 기분 좋을 때와 기분 나쁠 때를 구분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소리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관찰입니다. 시각적인 관찰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주의집중도 필요합니다.
그림책, '까마귀 소년'의 표지
6년 동안 산길을 혼자 걸어 다니면서 까마귀를 관찰했던 아이를 만나보겠습니다. 그림책, ‘까마귀 소년’의 주인공 '땅꼬마'는 외톨이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소베 선생님 덕분에 학예회 때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땅꼬마는 알에서 갓 깬 새끼 까마귀 소리, 엄마와 아빠 까마귀 소리, 그리고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 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마을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내는 소리도, 즐겁고 행복할 때 내는 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를 하려면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합니다.
기존 의성어와 의태어로 운만 잘 맞추면 간단한 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간단하게 두 줄 시(?)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참새는 짹짹
나는 짝짝
시냇물은 졸졸
나는 쿨쿨
해님은 쨍쨍
내 동생은 징징
김슬옹(2013). 『훈민정음(해례본)』의 정인지 '서문' 표준 공역 시안. 청람어문교육학회, 2013/01 학술대회 자료집. (원본 내용은 “雖風聲鶴唳雞鳴狗吠, 皆可得而書矣”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