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대한 환상
1.
‘서핑에 대해 찾아보자.’
정보의 홍수 속을 헤엄치고 있던 나는
인터넷으로 접한 많은 정보들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거 맞나?’
2.
서핑에 대한 고정관념은 굉장히 희미한 상태였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더해진 서핑에 대한 ‘이미지’들은
직업은 ‘서퍼’에
패션은 자유분방,
평균 캐릭터는 반항적(?)인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란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당시 나의 상태(?)는,
직업은 직장인에
패션은 주말에야 찢청,
평균 캐릭터는 이런... 상태였다.
여튼...
새로운 시도 앞에서
나는 잔뜩 쪼그라들게 된 것이었다.
도전도 좋고, 시도도 좋다.
그런데...
내가 서핑을 했을 때
이런 모습이 되고 싶진 않았다.
3.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까?’
하지만 스스로 평범하다 생각하고 있던 나로선
멋있는 서퍼 사이에 서야 한단 생각에,
새로운 시도 앞에,
잔뜩 쪼그라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혼자 놀기 레벨’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취향도,
유행해서 즐기는 취향도 아닌,
타인이 이끌어 주지 않는 시도,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 시작하는 시도인 것이었다.
나의 가족이 수상스키를 즐기는 것도 아니었고,
친구가 수상스키를 타러가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수상스키를 배우러
내 발로 찾아가지 않았으면
이 재밌는 걸
배울 일이 전혀 없었다.
봄까지만 해도
난 내가
수상스키를 취미로 갖게 될 줄 몰랐었다.
''여름 취미'가 있었으면'하는
단순한 생각과 실행이
내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것이었다.
내가 서핑을 배운다는 건
생각보다 꽤 큰 의미가 되리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니
‘서퍼같지 않은 서퍼’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정말 쓸모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난 그동안
의미 없는 고민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고 있었을까?
4.
‘근데, 어떻게 서핑에 입문하지?’
가장 쉬운 방법은 ‘서핑을 아는’ 사람한테 배우기.
하지만 동호회나 서퍼를 통해 배우기는 겁났다.
그곳의 인간적 관계가
취미 생활 자체에 영향을 주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믿을 건
인터넷뿐이었다.
서핑샵 사이트 이곳저곳,
서핑 후기 블로그 여러 개를 뒤진 결과,
서핑샵마다 ‘서핑 체험’에 관련 된
1회성 클래스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영, 스키, 요가, 헬스장...
내가 했던 모든 운동들은
‘체험’부터 해 보란 곳은 없었다.
헌데 서핑은 일단 ‘체험’해 보라고 한다.
서핑에선 이런 문화가 대부분이란 것이 재밌었고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었다.
물론 덕분에 난 인간관계 걱정 없이
서핑을 ‘체험’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5.
그렇다면 이번엔
‘어디서’ 배울 것인가를 찾고 결정해야 했다.
앞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해서인지
결정은 싱겁게 끝났다.
인터넷 검색 중 가장 많이 접하게 된,
강원도 양양 하조대의 서핑전용해변에서 배우기로
결정해 버렸다.
게다가 소셜커머스 행사도 하니
일석이조!
6.
양양...
양양에 사는 친구가 생각났다.
나에게 먼저 카톡이나 전화를 해주던
고마운 친구.
"양양에
꽃 피면 놀러 갈게,
휴가가면 놀러 갈게,
그냥 너 보러 갈게..."
먼저 연락 해준 고마운 마음에 날리던
나의 공수표를 이번에 회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양양에 가게 되면
한 번 보자는 나의 말에,
무슨 일로 오냐는 친구.
둘러대기도 모해서
‘서핑 체험’ 간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내 대답에 번뜩, ‘나도, 나도’를 연발했다.
그 친구,
양양에 살다보니
서핑 하는 걸 꽤 많이 봤다고 한다.
양양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서핑 같이 배우자고 여러 번 얘기해 봤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었던 것.
그러던 차에 내가
타이밍 좋게 서핑 얘길 꺼낸 것이었다.
서핑이 간절했던 동행까지 함께 하기로 했으니
‘서핑 체험’에 대한 나의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1. 다음 글, 11월 24일(화) 발행 예정.
2. 마지막 사진- Quicksilver True Wetsuits 유튜브 영상 링크 였던 것을 캡처 사진으로 대체(기존 링크 손상/ 2015년 제품으로 기억) 2021.09.0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