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고민
1.
2012년 여름,
나는 한동안 워터파크 출입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매주 주말마다,
같이 워터파크 갈 수 있는 친구들을 물색하고,
'워터파크 스케줄'을 짜기 바쁜 여름이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여름에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 때문이었는지,
단지 물놀이가 좋았던 것인지,
돌아보고 있는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른다.
한 해를 그렇게 보내고 2013년 여름이 왔다.
워터파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워터파크 놀이기구에 싫증 난 걸까?'
'그냥 작년에만 잠깐 '미쳤던' 걸까?'
2.
그렇게 나른했던 2013, 2014년 여름이 가고
2015년, 올 여름이 왔다.
워터파크 자체는 이제, 시시했다.
하지만,
'여름에만 할 수 있는 '재밌는 거' 없을까?'
라는 생각은 마음 한켠에서 떠나질 않았다.
3.
올해의 여름에는 새로운 취미를 '발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날짜가 나오자마자 '수상스키'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예약했다.
'여름 스포츠=수상스키'
이게 나의 고정관념이었기 때문이었다.
4.
내 생각엔
수상스키를 배우려면 모터보트를 띄워야 하는 데
타는 사람이 하나면 비효율적이라
혼자서는 못 배울 줄 알았다.
'혼자 갈 건데 배울 수 있나요?'
나의 전화를 받으신 사장님은 허허 웃으시며,
'수상스키는 어차피 혼자 타는 거에요.'하셨다.
그 말씀이 어느 정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것.
5.
수상스키가 취미가 되었다고 하자
내 친구들은 한결같이
수상스키는 너무 힘들어서 안 한다고 했다.
나만 몰랐다.
6.
수상레저를 취급하는 빠지*의 강사님들이
수상스키를 타는 데에 필요한 기술들을
차례대로 익힐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신다.
나는 겨울 스키 타듯 타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수상스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
딱 한 번만 더 시도하면
가르쳐 주시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빠지: '바지선'의 은어라고 한다. 강에 띄워 놓은 구조물로 수상레저에선 모터보트 정박, 대기실 등의 용도로 쓰인다.
7.
나는 일행이 없어 행동이 자유로웠다.
덕분에 빠지 사장님과 강사님들이
'강'에서 '서핑'하는 것을 모터보트에 앉아서 볼 수 있었다.*
강에서 하는 스포츠라곤
'수상스키', '웨이크보드'밖에 모르던 나에겐 정말 새로운 스포츠였다.
*웨이크 서핑: 모터보트가 파도를 크게 일으키게 만들어서 그 파도에서 '서핑'하는 것. 파도가 약하거나 없는, 강이나 바다에서 모두 가능하다.
8.
“전 ‘서핑’도 가는데요?”
빠지 단골손님의 말씀.
동해안에 서핑 스팟*이 있어서
자신은 서핑을 갈 때가 더 많다고 했다.
‘하긴…,
하와이가 서핑으로 유명한 건
배우기 좋은 약한 파도 때문이니까,
우리나라도 그런 건가 보다.‘**
*서핑 스팟/스폿: 서핑을 즐기기 좋은 파도가 있는 해변. 이곳을 중심으로 서퍼들이 모인다.
**하와이: 파도가 사시사철 일정한 서핑 스팟도 있다. 하지만 실제론, 하와이를 포함한 보통의 서핑 스팟은 시기마다 파도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또한 같은 지역이라도 서핑 스팟의 위치에 따라 파도가 다르다. 윗글은 당시까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이었다.
9.
가끔 TV에서 연예인이
‘취미가 서핑’이라고 할 때,
난 그 연예인이
해외에 가서 서핑한다고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나는
국내에서 서핑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처럼 서핑은 나에게
특수하다 못해 희귀해 보이는 취미였다.
그런데
서핑을 국내에서 할 수 있다니!
10.
서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나였지만
내 영혼의 ‘계절 취미’를 찾으려면
서핑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안 맞으면 어때?
취미 만들기가 숙제도 아니고
시도해보고 아님 말지!
11월 17일에 다음 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