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 비치
1.
서핑 체험을 위해
출발하는 토요일 아침.
‘만약’이란 이유로
짐들이 늘기 시작했다.
차 렌트도 했으니 더 가져가도 괜찮다 싶었다.
하지만 덩달아 늦어지는 출발 시간.
‘지금 출발해도 제때 도착 하겠지...’
모든 준비를(짐 늘리기를) 마치고
렌트한 차에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알고 있던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더 지체 된
예상 이동시간이 화면에 보였다.
출발도 늦어졌는데
이동시간도 길어졌다!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뒀던 이동시간은
평일, 막히지 않을 당시 기준이었다.
양양이 멀게만 느껴졌다.
2.
일찍 도착해서
친구와 점심을 먹겠다던 나의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
오직 서핑 체험 시간에 도착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마음은 급한데
사고로 막힌 고속도로,
꼬불거리기만 하는 국도에
서핑에 대한 설렘 따윈 생각할 시간 없었다.
다음 시간의 클래스를 듣자는 친구의 말에
나의 질주는 막을 내릴 수 있었다.
3.
나를 기다리던 친구는
인근 분석을 끝마친 상태였다.
친구는 양양 주민인 자신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해수욕장과 주변이 깨끗하다고 했다.
해수욕장 끝 쪽의 회센터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여름의 해산물은 피해야할 음식이지만
해수욕장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대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이었다.
나는 푸짐한 물회와 멍게회를 샀다.
점심을 먹고 서핑 체험을 위해 이동 했다.
4.
나는 핸드폰에 내장 된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내가 쓰는 게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핑 체험 가고자하는 곳을 영 안내하지 못했다.
나의 내비게이션은 나더러
‘군부대로 좌회전’하라고 했다.
군부대를 통과해야 갈 수 있는 곳이
나와 친구가 서핑 체험을 하기로 한 ‘서피비치’였다.
2015년 개장*을 한 곳이여서인지
인터넷에서 이곳의 홍보물, 보도물이 많이 검색 되었고
전용 해변이 있어서 헤매지 않겠다 싶어 선택하게 되었다.
서피비치 사무실에서
구입해둔 이용권을 확인하고
안내대로 해변으로 향했다.
직원 분은 탈의실과 서핑 보드 렌탈은
해변에서 해야 한다고 하셨다.
우린 철책을 지나 해변에 들어섰다.
한가로운 해변 곳곳의
이국적인 표지판들도
처음 보는 서핑보드도
날 반겨 주는 것 같았다.
‘이게 휴가지!’
‘휴가를 간다’고 하면
사람으로 붐비는 것은 당연했었다.
산으로 가던, 바다로 가던
도시에 있을 때와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보다 좋다’가 아니었다.
이곳은 내가
‘바다에 왔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이 세상엔 바다와 백사장과 나만 있구나.’
사람으로 붐비던 워터파크와 해수욕장은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개장: 서피비치는 ‘개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해변인 것 같다. 이곳은 군부대 관할 지역으로 서핑 시즌 동안 ‘서피비치’가 사용하는 형식으로 알고 있다(자세한 법적 사항은 모른다). 내가 2015년 시즌 폐장 된 후 방문 했을 때엔 서피비치 구역이던 해변이 철책으로 잠겨있었다.
5.
서핑 체험 시간이 되자
서핑 체험을 하기위해 온 사람들이 모였다.
체험자들의 성비는 생각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여름휴가 가기엔 늦은 8월말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서핑 체험을 하기위해 왔다.
내가 눈대중이 없긴하지만
체험자가 약 20~25명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서핑 강사님이 세분 가량이 동시에 투입 되셨었으니까.
6.
내 키보다 훨씬 큰 보드를 들고
지정장소까지 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
아직 요령이 없어 그러리라 생각하고
보드를 안고 갔다.
체험을 온 모두들
커다란 보드가 감당이 안되는 것 같았다.
다들 힘들게 끌고 온 서핑보드를
땅에 두었다.
그러고선 나를비롯한 대부분
서핑보드 위에 앉았다.
"그렇게 서핑보드 위에 앉으시면 안되요~"
서핑 강사님이 등장하시며 한 말씀이다.
다음 글, 2015년 12월 1일 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