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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알고 있다

by 이은

<융학파의 꿈해석> Frase Boa


7장. 그림자는 알고 있다



이 단락은 열세 살 소년의 꿈을 통해 그림자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다.


꿈에 나는 커다란 독수리가 되어 마을 위를 날고 있었는데, 내 친구인 크리스와 마이크가 학교에 가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나는 아래로 급습하여 크리스의 정수리에 똥을 쌌고, 크리스는 머리 감으러 집에 가야 했어요. 그런 다음 나는 크리스네 지붕 위에 앉아 있었고, 크리스는 점심시간에 학교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내리 덮쳐서 그의 정수리에다 다시 똥을 쌌어요. 크리스는 울면서 안에 있는 엄마에게 달려갔고, 나는 여태까지 내가 해 본 일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어요.

(108p)


평소 부끄러움을 타는 남자아이의 꿈이다. 똥을 맞은 친구는 반대로 외향적인 성격이다.

박사는 두 친구의 대조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사람은 자신의 반대되는 성향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이 꿈을 꾼 아이는 평소 외향적인 친구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내향적인 사람들이 조금 더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꿈에서 균형이 회복된다고 한다.


이 꿈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의외였다. 너무 의기양양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아닌 '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이봐, 너는 진짜 독수리야. 넌 그 애 머리 위에다 똥을 쌀 수도 있어. 그러니 문제없어." -110p



그림자는 꼭 열등한 측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반대로 긍정적인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그림자는 균형을 맞추는 데에 쓰인다. 우리의 불완전함을 상기시키고, 보상적인 특질을 제공한다.


특히나 우리 모두는 가장 좋은 적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누구도 말리지 않고 응원만 한다면 과연 그 사람들이 진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일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그 사람을 각별히 생각하고 있다면 관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싫은 걸지도 모르며, 당신이어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림자는 너무 이상을 추구하거나, 너무 열등함을 느끼게 두지 않는다.

지킬 앤 하이드를 생각하는 게 가장 쉽다.


트라우마 극복, 내적 성장. 이 모든 과정에는 그림자부터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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