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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Jul 22. 2024

나를 치유하는 현대미술 에세이 3

주민등록등본

오늘은 <나를 치유하는 현대 미술 에세이 >

세 번째 시간이다. '안드레 부처'의 이 작품을 본 순간 나의 가족이 떠올랐다. 세 번째 작품 에세이 제목은




주민등록등본


졸업을 하고 취업으로 본가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독립을 하였다.

주민등록등본에 내 이름 한 줄이 인쇄되었다.

스무일곱 되는 해에 결혼을 하였다.

이제 주민등록등본에는 본인과 배우자, 두 줄이 되었다.

2년 후 나의 분신, '첫 번째 보물'이 태어났다. 세 줄이 되었다.

본인, 배우자, 자녀.

둘이 아닌 셋이 가는 양가의 명절은 설레고 행복했다.

첫 번째 보물의 할머니 댁 나들이는

기저귀, 분유, 요, 이불, 베개, 여벌옷... 등으로 많았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나의 두 번째 분신 '또 첫 번째 보물'은 누나가 태어나고 6년 뒤에 내 품에 안겼다.

본인, 배우자, 자녀, 자녀로 네 줄이 되었다. 완전체다.

둘이 티브이를 보거나 밥을 먹는 것보다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고, 넷이 소파에 조르르 앉아 티브이를 보거나 밥을 먹을 때면  네 조각의 퍼즐이 꼭 들어맞은 듯 뿌듯했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내가 주민등록등본의 네 줄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희열을 느끼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늘 부끄럽게 했다. 몇 개의 행에는 줄이 쫙쫙 그어져 있었고, 그런 입사서류를 제출할 때면 난 죄인처럼 스스로 위축이 되곤 했다.

서류를 전달하고 걸어오는 등 뒤로 "콩가루 집안이구먼" 하는 소리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가슴엔 깊은 상처로 남았고, 난 결심을 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절대로 절대로 내 자식들에게 이런 수치를 유산으로 물려주지는 않으리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잘못도 아니고, 어른들의 일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난 직장이든 직장 밖이든, 더욱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되려 최선을 다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한 날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마음을 뒤흔드는 날도 참 많았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도 때로는 다른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끄집어 내  

'오른쪽 새끼손가락과 왼쪽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되새김질하며 뒤늦게 깨우쳤다.


부부라고 해서 꼭 함께하며, 같은 가치관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자식이라고 해서 꼭 부모의 말에 무조건 "예"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응원하기로 했다.


주민등록등본에 네 줄 중 가장 첫 번 째 줄에 있는 대장을 따라 인생길을 걸으며 힘들 때면 서로 으쌰 으쌰 밀어주고 당겨주는 가족으로 화~이~팅!

                                            2024.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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