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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Jul 21. 2024

나를 치유하는 현대미술 에세이 1

1. 마음조각 붙이기

<번역된 도자기> 이수경 작가

 <나를 치유하는 현대 미술 에세이>는

지난달(6월) 매주 화요일마다 4회 차로 진행되는 도서관 프로그램이었다. 강사는 작품 사진 한 장만 보여 주었고,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라고 하였다.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설명도 없이, 잠시  글쓰기 시간을 주었고 몇 명이 글을 발표한 뒤 작품 설명은 마지막에 했다. 그리고 글은 다음 시간까지 완성하여 하루북이란 앱에 올려 참여자들이 공저로 독립 출판을 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하루북이 인쇄되어 책자로 나왔다.


첫 번째 수업시간에 보여준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라는 작품은 깨지고 일그러진 계란모습으로 보였다.

첫 번째 에세이 제목은




마음 조각 붙이기


죽을 것 같았다.

미칠 것 같았다.

숨이 멈출 것 같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정이 넘어 까무룩 잠든 10여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음날 일찍, 다니는 정신의학과에 방문을 하였다.

공황발작을 한 것이었다.

의사는 말했다.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데 죽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공황장애보다 우울증이 더 위험해요. 우울증은 죽음에 이르기도 하니까요."

난 의사에게  난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공황장애가 더 무섭고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우울증은 스스로 늪으로 늪으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만 의지의 방향을 긍정으로 바꾸면 되는데, 공황장애는 내 의지대로 되질 않고 누군가 나의 뇌를 조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

관점의 차이다.

의사는 생명을 지켜야 하는 직업의식에서 우울증을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나는 환자의 고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약의 수치는 더 높아졌다. 약을 먹고 조금 진정 됐지만, 극심한 공황발작을 겪고 난 뒤라 불안장애가 생겼다. 불시에 들이닥칠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다. 초조하고 불안한 가슴은 늘 두근거렸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사소한 일에도  평소보다 몇 배로 더 큰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며 괴로워해야 했다. 진정이 되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마음의 불안과 불편함은 점점 우울하게 만들었다.

약 먹을 시간이 다가오거나, 깜빡 잊고 약을 제시간에 먹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정신의학과 약이 얼마나 예민하고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공황발작의 공포로 불안 증세와 각종 강박증이 생기고, 기억력도 순발력도 집중력도 엉망진창이었다.

내 의지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비참하고 약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는 것은 더욱 비참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약에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냥 접고 싶었다. 삶을...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이 바뀌었다.

몸과 마음에 금이 가고 조각난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내 마음이, 내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나를 사랑했어야 했는데...

'약의 힘을 빌려 이렇게라도 조금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으니 다행이지. 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어!'




그리고 약에만 의존해선 안 되겠다 싶었다.

치유의 해답을 조금은 찾았고,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놓아 버려선 안 된다는 생각, 자기 최면, 산책, 글쓰기, 음악 듣기...

지금 나는 금 가고 조각 난 마음을 이어 붙이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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