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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Jul 25. 2024

나를 치유하는 현대미술 에세이 4

너라서, 또 너라서

오늘은 <나를 치유하는 현대미술 에세이 >

네 번째 수업이다. 하루북을 오늘까지 완성해야 하기에 '하이디 부허' 작품을 지난주에 미리 보여주셨다.

작품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아기의 잠자는 듯한 평화로운 눈이 보였다. 그래서 네 번째 작품의 에세이 제목은




너라서, 또 너라서


내 마음 구석구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너무도 소중한 사람.

문득문득 보고 싶은 사람.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

그냥 몇 번 만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

까맣게 잊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생각나는 사람.

어릴 적엔 친했지만 지금은 그냥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람.

우연히 스쳐 지나가 얼굴도 모르지만 순간의 모습이 인상 깊은 사람...

그들은 진한 모습으로 희미한 모습으로 있기도 하고, 흔적이 없어지기도 하며 세월과 함께 내 마음속에 화석으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나에겐 특별히 인연이 있다.

모든 이들이 외부로부터의 인연으로 내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면 그 특별한 인연은 마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을 보금자리로 살다 나온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두 분 검사 결과가...

**님은 생리 불순으로 배란이 잘 되지 않는 케이스이고요.

**님은 정자 수가 일반인들의 1/2 밖에 안 되고, 정자 운동이 제로입니다.

그래서 지금 두 분의 상황으로 봐서는 인공수정을 하는 것이 답입니다."

남편은 서른넷, 나는 스물여덟으로 많지도 않았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였기에 우리는 천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1년이 넘어도 소식이 없어 찾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검사 결과였다.

'10년 만에 아기를 가졌다는 말이 이런 경우구나!'

병원을 빠져 나 오는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초경부터 결혼할 때까지 생리불순과 생리통은 밤을 꼴딱 새워야 할 만큼 너무 고통스러웠다.

남편은 결혼하던 해, 회사에서 ISO 인증을 받기 위해 날마다 야근으로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출근하기 일쑤였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그러니 지치고 힘든 남편의 씨앗들도 고단함으로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고심 끝에 인공수정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인공수정은 평균 6회 정도 만에 성공한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렇다면 출산일을 여름만은 피하고 싶었다.

출산일을 가을부터 봄까지 잡고, 여름에 첫발을 디딘 산부인과 담당 의사에게는 12월부터 시도하겠다고 하였다.

병원에서 난임의 진단을 받은 뒤라 우리의 사랑은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았다.


늦가을 신혼집에서 사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삿날 나는 출근을 하고 남편이 혼자 이사를 했다. 직장은 바로 집 앞이었기에 차를 타는 일은 없었다. 버스를 타고 사택 근처 정류장에서 남편을 만나 식당엘 갔다. 이사 첫날이라 식사를 해 먹을 상황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둥지를 향해가는 버스 안에서 울렁울렁 멀미기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택은 버스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고 난 원래 버스를 10분만 타도 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난 식당에 드러눕고 말았다. 새로운 둥지에 도착해서도 멀미는 가라앉지 않았다. 늦가을이라 추위에 감기기까지 있어 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 그러니까 결혼하던 해 12월, 극심한 폐렴으로 입원을 했었다.

혹시 또 폐렴?

입원했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와~~~ 임신이란다.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우리 것 같았다. 그냥 황홀경이었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가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해낸 것이다.

그렇게 예쁘고 소중한 ‘첫 번째 보물’은

8월 2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6년 뒤 ‘또 첫 번째 보물’이 5월 8일 태어났다.

내 몸에서 무럭무럭 자라 내 마음에 한가득 자리 잡고 있는 나의 보물들은 외부로부터 만난 인연도 아니고 남편의 씨앗으로 3억 대 1로 만나게 된 아주아주 특별한 인연이다.

엄마 아빠의 딸로 아들로 와주어서 고마워! 사랑해!

                                           202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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