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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Aug 01. 2024

마음의 안녕

나만의 루틴


지난주 도서관수업 밴드에 공지 하나가 더 있었다.

자기만의 루틴을 밴드에 공유하자는 것이다.


- 나만의 루틴(밴드 공유글) -

하루 두 번(기상과 동시, 잠들기 전)

한 밴드의 생면부지 친구들에게 이모티콘과 함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신나게 아자아자 파이팅!"

"오늘도 열심히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을 위하여 꿀잠 주무시 길요"

를 남깁니다. 제 자신에게 거는 최면입니다.




2024년 1월 9일 밴드를 이용하기 위해 밴드 홈에 들어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용하는 밴드 옆에

 ‘이문세 팬 밴드’가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왜 있는 거지?

아! 내가 지난가을 그의 노래를 너무 많이 들었나 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양면성.

알고리즘(algorism)이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두렵기도 했다.


유독 가을을 많이 타는 나는 가을앓이를 즐긴다.

가을앓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그의 노래다.

그의 노랫말을 생각하며, 노래 제목으로 문장을 만들어 본다.

해마다 가을이면 오면, 날 소녀로 만들고 덕수궁 돌담길과 광화문네거리로 끌고 다닌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서 휘파람을 불며 파랑새도 보여주고, 붉은 노을도 보여주고, 깊은 밤을 날아서 궁전으로 가자고 한다. 옛사랑을 이야기하며 모르겠다고, 그대와 영원하고 싶은데 사랑은 늘 도망간다고 한다.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만 자꾸 들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해 준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석 달가량 나만의 콘서트를 열어 주는 그는,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그의 목소리.

추억을 소환하면서 난 노크도 없이 ‘이문세 팬 밴드’ 문을 확 열었다.

방이 참 따듯하다. 모두 환영해 준다.

(처음 가입 당시 겨울이었기에 난 마치)

옛날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연탄을 때던 그 시절, 밍크담요 하나에 발을 집어넣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군고구마 나눠 먹으며 따듯한 이야기가 오가는 듯하다.

이불속에 발을 집어넣고 앉으라고 자리를 마련해 준다. 따듯한 아랫목으로.

내게 또 하나의 새로운 행복이 온 것이다.

알고리즘이 가져다준 행복!




이른 아침, 잠자는 아이를 살며시 끌어안고 볼에 입 맞추며 "사랑하는 우리 딸, 이제 일어나야지~" 하듯 새벽부터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아침 인사가 전해 오기 시작한다.

많이 웃으라고, 건강하라고, 좋은 하루 되라고, 행복한 하루 되라고 서로 응원하며 따스한 커피가, 시원한 과일 주스가, 꽃다발이 배달(그림엽서)되기도 한다.

또 저녁시간부터 늦은 밤까지는 오늘 수고했다고, 예쁜 꿈 꾸라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난 글을 꼼꼼히 읽고 그에 맞는 댓글과

좋은 하루, 행복, 건강, 웃음, 감사, 응원, 꿀잠 등의 댓글을 달며 행복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실 이건 나의 육체적 건강과 마음의 안녕을 위한 스스로의 주문이자 최면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렇게 따듯한 인사를 주고받는데 하루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1월 9일을 시작으로 2024년 8월 1일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는 나만의 루틴이다.

이 따듯한 방에서 내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난 이 따듯한 방에 오래 머물 것이다.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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