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그림책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를 펼쳤다. '비발디 4계 중 여름'을 들으며 봐야 하는 그림책이다.'여름이 왔다'라는 문구를 끝으로 책장을 덮었다.
어디서든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비를 흠뻑 맞고 희열을 느끼는 나를 본다.
여름 한낮의 지루함이 바이올린 선율로 전해진다.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의 공원은 정지된 듯 지루하기 짝이 없다.공원의 목마른 초록이들은 지칠 대로 지쳐 모두 낮잠을 자는 듯하다. 이마와 코밑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걷다 보니, 저 멀리 파란 하늘과 초록이들 사이로 원색의 점들이 움직인다.
어떤 아이들은 물총을, 어떤 아이들은 물풍선을, 던지고 맞고, 우산으로 막고 피하는 사이로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순간 내 등으로 날아온 물풍선이 ‘퍽’ 소리를 내며 짜릿한 시원함과 아픔으로 전달된다.
누군가가 꿈틀대는 물호스를 들고 물을 뿜어댄다. 물축제다.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물이 춤을 추고, 물에 맞춰 어른과 아이들이 춤을 춘다.
나도 춤을 춘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고 모두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푸른 하늘을 본다.
바이올린 소리가 빠르고 요란하다.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금세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비가 내리는 것인지, 비가 바이올린선율에 맞춰 내리는 것인지...
해변 모래사장을 걷고 있던 나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두 팔을 벌린다.
얼굴에 팔뚝에 온몸에 빗물이 흐른다.
비의 촉감이 좋다.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린다.
입속으로 들어온 빗방울을 삼킨다.
꿀꺽, 메마른 마음에 빗물이 흘러내린다.
달콤하다. 촉촉하다.
젖은 머리카락과 옷은 나의 피부를 휘감고 빗물은 나의 피부 속으로 파고든다.
시원하다. 상쾌하다. 통쾌하다.
말할 수 없는 이 희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 상상의 비를 맞고 있는 이 순간 절묘하게도 창밖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