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자의 일기
"우리 아이는 학자가 될 생각이 없어요. 그냥 대학 잘 가고 좋은 직장 가면 좋겠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말에는 틀린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당신의 아이가 학자가 되어본 적 있나요?"
여기서 말하는 학자는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나 논문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대해 질문을 품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사람. 즉, 지적 탐구자로서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모든 아이가 한 번쯤 그런 경험을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리서치의 경험은 아이의 세계를 넓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교 수업을 따라가고 시험을 잘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종류의 사고 확장이 일어난다.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어떤 문제에 분노를 느끼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싶은지, 이런 감정은 오직 스스로 문제를 탐색해 본 아이에게만 찾아온다.
한 예로, 평소 수학을 좋아하던 중학생 C군은 친구와 점심시간에 수학 문제를 내기하며 놀았다. 그는 단순히 문제를 풀기보다는 왜 이런 풀이가 나오는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지를 궁금해했다. 어느 날 그는 일상 속에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연속으로 몇 번 나올 확률은?'이라는 의문을 품었고, 직접 표를 만들어 실험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단순한 확률 개념을 넘어 통계적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갔다.
반대로,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D양은 좋아하는 동화를 읽으며 "왜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날까? 다른 방식으로 결말을 쓰면 어떻게 될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직접 대체 결말을 쓰는 작업에 도전했고, 이를 친구들에게 읽어주며 피드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타인의 시각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리서치를 한 번이라도 해본 아이는 사고의 틀이 바뀐다. 답을 찾는 대신 문제를 본다. 똑같은 뉴스, 똑같은 사회 이슈를 보더라도 질문의 수준이 다르다. 그리고 대학에서, 나아가 인생에서 이런 태도는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떤 전공이든, 어떤 진로든 문제를 정의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성취보다 경험이다. 내가 무언가를 직접 시도해봤다는 경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보려 애쓴 경험은 비록 실패하더라도 강한 학습 효과를 남긴다. 실패조차도 학문적 태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모든 아이는 한 번쯤 학자가 되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진짜 리서치 경험이,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야말로 앞으로의 학문, 직업, 삶에서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