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웅의 자손

인내와 고통을 건너다

by RECO

살을 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적절한 운동도 필요하지만 우선 안 먹어야 하고 혹은 덜 먹어야 하고 또는 건강식으로 먹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식욕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본능을 넘어서는 충격이 있어야 한다. 길을 지나가는데 '코끼리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옷가게에서 옷을 입어보려는데 '안 맞으니 입지 마세요'라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일종의 이런 이벤트가 깃발을 내려 꼿을 때 인간은 찢어진 눈으로 주먹을 불끈 쥘 수 있는 것이다.


24살 때였다. 동네에서 엄마와 친한 아주머니를 만나 인사를 했는데 알아보지 못하셨다.

'저ㅇㅇ 이예요'

"어머 너 왜 이렇게 살쪘니? 세상에.. 얼굴이 보름 달만하다"' 보름달빵을 너무 먹었나?! 살짝 충격을 받고 선배언니를 만나러 갔다.

'너 이렇게 살찐 거 처음 본다' 오랜만에 만난사이에 할말인가?생각도 잠시 언니는 만두전골을 주문한다. 숙주와 청경채는 본인이 다 먹고 고기를 내쪽으로 탑을 쌓으면서 '많이 먹어' 라고 했다. 날 생각해서 주는 게 아니라 레기를 치우는 느낌이었다. 그날 집으로 오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66일 동안 6시 이후 금식하고 스쾃 200개씩 하며 10kg를 감량했다.


아들하나를 키우는 후배는 불어나는 체중으로 하소연했다. 전업주부로 남편과 아이를 돌보며 열심히 살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틈이 없다 보니 우울하다고 했다. PT를 권했지만 그마저도 의욕은 없는듯했다. 의욕도 문제지만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는게 아깝다고 했다.

"그것도 다 습관이야. 한테 돈 못 쓰는 거 "

"맞아 언니.."

"자꾸 연습해야 돼! 너 한테 투자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후배는 외벌이 하는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대1 PT를 등록했다고 했다. 식단과 근력, 유산소를 병행하며 5kg 감량했고 5kg 추가감량이 목표라고 했다. 후배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고 공복 후 첫 식사는 반드시 단백질을 먹으라고 충고도 해주었다.

"다이어트는 운동보다 식단이야 언니"

"그래 맞아 근데 식단이라는 거는 결국 인내의 문제야.

누가 더 참고 안 먹느냐. 클린식을 유지하느냐."

"결국 인내심의 영역이네. 다이어트는."

"그지.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서 인내의 문제지.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도 쑥과 마늘만 먹고 21일간 버티다 인간이 되었잖아 ㅎㅎ"


2023년 9월 16일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분도 채 달리지 못했지만 천천히 뛰는 방식으로 나아졌고 지금은 5~7Km 주 3~4회 러닝을 하고 있다. 10K 이상은 2번 뛰어본 적이 있지만 아직은 연습 중이다.

추석연휴 때 날이 흐렸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조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조깅이 대세구나 느꼈다. 하지만 매일 10K이상을 조깅하는 사람들도 나갈 때마다 기 싫다고 한다.(위로가 된다) 조깅 끝나고 찾아오는 그 희열 때문에 다시 뛰러 나가긴 하지만. 결국 뛰러 나온 사람들은 자신을 이겨낸 자들이다. 귀찮음을 뒤로하고 고통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발걸음인 것이다.


몸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뇌이듯이 몸을 가동하는 것은 정신이다. 본능을 이기게 하는 거친 말과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내면에 잠든 곰을 일으켰고 자신도 몰랐던 참을성이 폭발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대학과 직업으로 클래스를 정하는 게 때로는 숨이 막히지만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했을까로 본다면 새삼 공부열심히 하신분들을 인정하게 된다. 고통뒤에 성장한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인내를 연습하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고통을 선택한다. 인내와 고통을 설치하고 이겨내고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보이지 않지먀 몸에 밴 정신이 훗날 다른 문을 열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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