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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Jul 27. 2024

#37. 이 글의 주인공이, 주인공인 것을 모르길.

왠지, 엄청 부끄러워할 것 같으니까!

"오빠, 사람에겐 10년 주기로 대운이 온대. 내 대운은 내년이야. 33살. 그리고, 그 대운이 오기 전에 빠르면 1년 또는 6개월부터 함께 어울리는 사람이 달라진대."


남편에게 요즘 한창 관심을 쏟던 사주 콘텐츠를 보다가, 곧 나의 대운이 코 앞까지 다가왔음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앞두면 갑자기 어울리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유튜버의 말에, 나는 작년에 제주도에서 훌쩍 나와 멀어진 20년 지기 친구, 그리고 요즘 부쩍 내 마음 한편에 자리를 잡아, 문득 생각나는 그녀를 생각했다.


오늘은, 새롭게 내 마음에 자리를 잡은 그녀에 대한 글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찬가를 써보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드리시티 25기 TTC에서였다.


길고 호리호리한 그녀는 누가 뭐래도 25기에서 가장 아사나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부러워했다, 기 보다, 신기해했다. '도대체 어떻게 저게 되는 거야?'라는 느낌이었달까. 학교도 들어가기 전, 브라운관이 뜨거워지던 커다란 티브이에서 보던 통아저씨에 놀랐던 마음 같기도 했고, 왠지, 저런 놀라운 자세를 하다가


"저는 사실..., 이런 것도 돼요..."

라면서 겨드랑이 같은데에서 날개를 뽑아 매트를 들고 갑자기 하늘을 날아갈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아사나는 나비 날갯짓 같았다. 저 흐름이 내게 다가오면 폭풍이 될 것 같은 에너지의 파동이었다. 담대했지만 부드러웠다. 손끝은 섬세해서 수영을 할 때 물을 갈라내는 손끝 같았다면, 매트에 붙은 발바닥은 한껏 땅을 움켜쥔 나무의 뿌리 같았다.


매트에서 내려온 그녀는, 세상을 호령하는 장군처럼, 목소리도 크고 발걸음도 크고, 그리고 심지어 그녀는 어리니까, 그 패기로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 일 거라고 상상했었다.




막상 카페에서 시간을 가지며 얘기를 나눠본 그녀는, 사근 했으며 무엇보다 수줍은, 무언가의 부끄러움이 있었다. 그녀를 안지 일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내게 손수 만든 쿠키나 빵들을 탈의실에서 전해줄 때, 그녀의 손 끝에서 연한의 설렘이나 두근거림 같은 걸 느낀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하던 친구에게 '이거 좋아해..?'라고 말을 처음 붙였을 때 같은 모습이 그녀에게 보인다.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온 이유를 생각해 봤다. 왜 이상문학상을 읽는데, 그녀가 생각났고, 그녀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알고 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해서겠지.

왜냐면, 그녀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예고편도 없이 내게 던져 사무실 한편에서 나를 감격하게 하고 울게 하니까.


"선생님의 글이 언젠가 책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내가 전직을 마음먹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선생님의 학생들이 부러워요." 라고한 전해준 말은,

뭐랄까, 나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행복한 무언가를 전한 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매번 내게 전해주는 모든 것이 진심이며 거짓이 없음을 믿게 만들기에,

그녀가 나를 생각해 주는 것처럼, 딱 지금의 나처럼 살아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여하튼, 내 대운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므로, 또 어떤 이가 떠나고 어떤 이가 내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기대되는 까닭은, 요즘 내게 다정한 인연들이 갑작스럽게 많이 나타났기 때문일 거다. 얼른 퇴사 후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사실 이것보다 더 멋진 사진이 많으나, 이 글이 그녀 몰라 쓰는 글이기에 나중에 허락받으면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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