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 Oct 10. 2024

에필로그

또박또박 신혼여행기 에필로그


  "이것 좀 봐." 


  "뭔데?"


  "이거 자기 왜 이렇게 웃겨?"



  아내가 웃으며 핸드폰의 화면을 보인다.



  "아, 이때 진짜 너무 좋았지."


  "맞아. 너무 좋았지 정말."



  너무 좋은 때였다.










  멀리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아무런 염려와 걱정 없이 마음껏 웃었던 날들이었다. 필연적으로 끝이 도래하는 여행의 순간임에도 잠시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 만큼 멋진 시간들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우리는 그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다른 의미로 그 순간이 영원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늘을 푸름으로 꽉 채우던 해도 점차 주황빛 눈물을 흘려가며 바다 속에 침전하는 것처럼 삶의 모든 일엔 경과가 있다. 모든 일은 과정인 것이다. 나와 아내에게 결혼 이전의 삶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의 끝이 결혼이고 신혼여행은 그 과정을 훌륭히 완수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막힘 없이 이어졌고 그날의 우리에게서 오늘날의 우리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다시 이때와 같이 빛나는 날들을 마주한다면 막힘없이 흘러가는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그 순간들을 가장 강렬하고 생기 있게 즐길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다. 이 신혼여행 일지도 그런 동기로 작성하게 되었다. 비록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써보는 것이지만 약 한 달간 신혼여행 일지를 쓰면서 그때 보았던 하늘과 바다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신혼여행 일지를 쓰면서 발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꽤나 몰입했었는지 12부였던 만월 아래 만찬을 쓸 때는 당시의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져 눈물까지 머금었다. 살면서 이렇듯 강렬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높은 밀도를 지닌 시간이 된다. 하루하루가 빈틈없이 행복함과 즐거움으로 꽉 찬 날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삶에서 많은 위로와 동기를 준다.
















  아내와 나는 삶 속에서 비빌 언덕을 하나 만든 것이다. 일상이 힘에 부치고 지칠 때면 이날들의 추억을 돌아보고 웃을 수 있고 또 언젠가 이날들의 행복함을 되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언제든 함께고 어디서든 함께 있다. 발리에서 본 푸른 하늘과 멀리서 부서지는 파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겠지만 우리가 가져온 그 하늘과 파도의 조각은 이곳에 잘 진열해두고자 한다. 우리의 아카이브가 되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답던 순간으로 빛나주기를 바란다.



  아내와 함께 간만에 추억여행에 빠진 나는 문득 눈을 위로 치켜 떴다가 아내를 한 번 바라보았다. 아내는 갑자기 무슨 일이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누나, 이제 우리 어디 가볼까?"





  [또박또박 신혼여행기] 마침.




이전 14화 13. 안녕 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