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또박또박 신혼여행기 에필로그

by 김재성


"이것 좀 봐."


"뭔데?"


"이거 자기 왜 이렇게 웃겨?"



아내가 웃으며 핸드폰의 화면을 보인다.



"아, 이때 진짜 너무 좋았지."


"맞아. 너무 좋았지 정말."



너무 좋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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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아무런 염려와 걱정 없이 마음껏 웃었던 날들이었다. 필연적으로 끝이 도래하는 여행의 순간임에도 잠시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 만큼 멋진 시간들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우리는 그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다른 의미로 그 순간이 영원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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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푸름으로 꽉 채우던 해도 점차 주황빛 눈물을 흘려가며 바다 속에 침전하는 것처럼 삶의 모든 일엔 경과가 있다. 모든 일은 과정인 것이다. 나와 아내에게 결혼 이전의 삶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의 끝이 결혼이고 신혼여행은 그 과정을 훌륭히 완수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막힘 없이 이어졌고 그날의 우리에게서 오늘날의 우리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과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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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언젠가 다시 이때와 같이 빛나는 날들을 마주한다면 막힘없이 흘러가는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그 순간들을 가장 강렬하고 생기 있게 즐길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다. 이 신혼여행 일지도 그런 동기로 작성하게 되었다. 비록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써보는 것이지만 약 한 달간 신혼여행 일지를 쓰면서 그때 보았던 하늘과 바다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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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일지를 쓰면서 발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꽤나 몰입했었는지 12부였던 만월 아래 만찬을 쓸 때는 당시의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져 눈물까지 머금었다. 살면서 이렇듯 강렬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높은 밀도를 지닌 시간이 된다. 하루하루가 빈틈없이 행복함과 즐거움으로 꽉 찬 날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삶에서 많은 위로와 동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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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삶 속에서 비빌 언덕을 하나 만든 것이다. 일상이 힘에 부치고 지칠 때면 이날들의 추억을 돌아보고 웃을 수 있고 또 언젠가 이날들의 행복함을 되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언제든 함께고 어디서든 함께 있다. 발리에서 본 푸른 하늘과 멀리서 부서지는 파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겠지만 우리가 가져온 그 하늘과 파도의 조각은 이곳에 잘 진열해두고자 한다. 우리의 아카이브가 되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답던 순간으로 빛나주기를 바란다.



아내와 함께 간만에 추억여행에 빠진 나는 문득 눈을 위로 치켜 떴다가 아내를 한 번 바라보았다. 아내는 갑자기 무슨 일이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누나, 이제 우리 어디 가볼까?"





[또박또박 신혼여행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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