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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Aug 21. 2024

또박또박 신혼여행기 - 프롤로그

프롤로그


"닻을 올려라!"


  푸른 바다 위 흰 갈매기가 유영하듯 날아가는 가운데 선원들의 목소리가 기운차다.

  순풍이 우리를 안전하게 목적지로 모셔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을까.

  멀리서 부서지는 파도가 우리에게도 닿아주길...


[흥미로운 음악]

결혼식 후기보다 빠른 신혼여행 일지. 

  "와 여기 바다 좀 봐!"


당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블록버스터.

  "생각보다 너무 큰데? 무서워서 가까이 못 가겠어!"


신혼부부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다.

  "나 이제 알았어. 부부가 뭔지... 부부는 말이야..."


지금 시작합니다.




  2023년 7월 22일.

신혼여행 출정식


  우린 결혼했다. 매우 성공적인 신혼여행 출정식을 마친 다음날 우리는 본격적인 신혼여행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8박 10일간의 일정이라 챙길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법. 중앙의사결정기구에서 선뜻 지시를 내리지 못하니 몸이 움직일 리가 없었다. 심지어 전날 결혼식 이후 친구들과 아주 심도 깊은 뒷풀이를 한 터라 몸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급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아주 편안하게 오랫동안 누워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조급함.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걸 안 우리는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득 아내는 중요한 것을 생각해낸 듯이 말했다.


  "나 옆으로 메는 작은 가방 필요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었다. 나 역시 아내에게 옆으로 가볍게 메고 다닐 가방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발리에 가서 매번 한 짐을 다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9시가 다 된 시각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우린 먼저 집 근처의 백화점으로 가서 가볍고 야무진 가방을 고르게 되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아내는 다시 한 번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아 맞다. 나 밀짚모자 집(처갓집)에 있다. 가방 사고 집에 다녀올까?"


아내가 두고 왔다는 밀짚모자


  당시 오후 9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으므로 용산까지 다녀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동안 내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현실적으로는 아내에게 모자는 포기하자고 하려했다. 그러나 만약 모자를 포기하고 발리에 간다면 벌어질 일을 잠깐 상상해보니 상황은 반전되었다. 


  발리의 맑은 하늘 위에서 작열하는 뜨거운 햇빛.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내의 뽀얀 피부.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모자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아내의 모습.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아내의 모습을 바라만 봐야하는 나의 마음을 생각할제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기엔 굳이 출발 전날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모자를 가지러 멀리 가야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바보같은 소리다. 우리에게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서 그 어떤 일말의 아쉬움도 허용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다녀오는 것이 매우 이득이라는 것을 나같은 똘똘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용산에 위치한 장모님 댁으로 향하게 되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처남은 갑작스러운 우리의 방문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보이셨다. 당황스러운 방문일 수도 있었겠으나 장모님께서는 마침 잘 왔다는 듯 여행 갈 때 챙겨가면 좋을 만한 아이템들을 꺼내주셨다. 그 중에서도 1등 공신인 스노쿨링 풀페이스 마스크는 만약 챙기지 못했다면 여행에서 대단히 아쉬울 뻔 했던 꿀템이다. 우리의 심야 방문은 득이 많은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11시쯤부터 우리의 본격적인 짐싸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다음날 5시 40분에 오는 공항버스를 타야했으므로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기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짐을 싸던 중 온라인 면세점 둘러보다가 약이 바짝 오르는 일이 있었는데 자세히 얘기하자니 프롤로그인 주제에 분량이 제법 길어졌으므로 생략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짐싸기는 3시가 넘어서야 완료되었다. 


  지열이 공기 중에 남아 머뭇거리는 새벽. 아직 어제 결혼했다는 사실도 와닿지 않는 가운데, 1시간이라는 짧은 수면시간을 거치고 나면 우리는 발리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다음 화 예고

    "여기서 버스 타는 거 맞아?"

    "쿨...." 

    "모르겠어... 여기 정말 발리 맞는 거야?" 

    "어...어? 누...누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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