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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Oct 10. 2023

두 가지 건축적 사고


호텔 직원에게 어디 어디를 가보면 좋겠냐고 물어보고 가본, 여행자거리 가장 끝에 있는 유명하고 오래되었다는 사찰에 갔다. 다양한 전각이 내부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입장료도 받는 곳.

다른 곳과 달리 유달리 관광객이 많고 앞다투어 건물 입구마다, 건물 안에서 창으로 고개를 내밀면 밖에서 일행이 사진을 찍어주고 한다.

주요 건물은 2개 동 정도로 되어 보였는데, 그 주변에도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특히 암굴처럼 단독으로 불상을 안치한 곳은, 입구가 좁고 낮아서 들어갈 때 자동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 강제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라고 만들었구나, 인체를 고려해서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도록. 그리고 온몸을 움츠리며 들어가도록 만들었구나 싶었다. 종교의 숭고함을 위해 별도로 머리를 조아리지 않더라도 입구의 크기를 조정하여 안에 모신 불상을 향해 저절로 조심하며 숭배하도록 만든 구조가 인상적이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건 어떤 문화권이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가 보다.

다른 건물에는 하얀색 벽에 다양한 색깔의 유리조각 같은 것으로 아마 전체적인 종교 이야기를 그림 대신 하나씩 박아서 표현한 것 같았다.

햇빛에 따라 조각에서 빛이 부서지며 빛났다. 금빛 찬란한 건물은 높고 큰 지붕이 웅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뾰족하고 높은 지붕이지만 경사가 심하게 져서 얄상해 보이는 느낌이 없다. 아마 거기서부터 길게 뻗어 내려오는 지붕이 묵직함을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대한 높고 크게 지붕을 만들어서 시각적으로 장엄하게 보이도록 한 것인지, 아니면 기법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멋지다.

전날 야시장으로 각각 건물이 가려졌는데 그 와중에 마사지샵 건물들은 간판도 앞에 있어 몇몇 개는 존재감이 충분했다. 그리고 건물 자체도 예뻐서 눈여겨봤던 집. 낮이 되고 밤에 펼쳐져 있던 시장이 사라지자 건물이 양 옆으로 놓여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중에 그 마사지샵은 좌우 양쪽으로 7단 정도 올라가는 계단이 두 개가 있고, 그 계단으로 각각 입구가 다르게 들어가도록 되어있었다. 아마 100년 전쯤 만들어졌을 때는 다른 용도였겠지. 어쨌든 좌우대칭되게 두 개의 입구가 있는 그 집으로 들어가 본다.

층고가 꽤 높고 한 층 자체가 높고 적당했다. 새벽에 비가 온 후부터 구름 낀 날씨여서인지, 아니면 여기 기온 자체가 다른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뜨거운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건물 안도 시원하고 천장의 팬만 돌려도 충분히 시원했다. 더위를 고려한 천장고였을까. 아니면 외지인들이 원래부터 그런 식으로 만들던 것을 여기에 그대로 적용한 것일까. 추운 겨울이 있는 계절이 있었다면 따뜻한 공기로 만들기 위해서 공간을 이렇게 크게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오랜만의 건축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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