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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Oct 11. 2023

12시 25분 출발 비행기,

1시에 탑승하다.



루앙프라방 국제공항. 적당히 11시 정도에 공항에 도착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있으니 방콕 에어라인 비행기가 활주로로 슬금슬금 이동하고, 멀리에, 내가 탈것 같은 비행기도 한 대 서 있다. 승객의 짐을 가득 실은 차가 비행기로 이동하고, 짐을 다 실은 차는 원래 자기 자리로 간다. 조금 있으니 업무를 마친 빈 차가 떠나고, 거기에서 또 캐리어가 한가득 실린 채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줄줄이 입국장으로 이동한다.

이날의 비행 일정은 직항이 아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출발해 비엔티안에 도착해 내렸다가, 다시 비엔티안에서 출발하는 팍세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이었다. 그러니까, 비엔티안에서 약 2시간 정도 대기한 후 팍세행을 타야 했다.

티켓에 적힌 게이트는 01. 그런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고 반대편 02 게이트에만 직원이 서 있다. 천장에 붙은 모니터도 꺼진 상태. 이미 11시 50분이 지났다. 역시 공항직원은 게이트 앞에 서 있지 않고, 02에만 직원이 서너 명 서 있다. 같은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사람들이 02 게이트로 슬금슬금 간다. 다시 보니까 갑자기 비엔티안이 떠 있다. 이미 시간은 한참 지나서 열두 시 반쯤. 비엔티안 가는 사람들이 비행기에 타고 있어야 했을 시간인데, 아무런 안내도 없다. 영어로 뭔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정확한 내용이 들리진 않았다. 어쨌든 그러더니 비행기 쪽으로 네모모양의 차가 몇 대 간다. 부디, 실은 짐을 다시 내리는 것은 아니길!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 하고, 오늘 꼭 비엔티안에서 갈아타야 한단 말이다!

여전히 비엔티안행 손님을 찾지 않고 갑자기 모니터에 ‘치앙마이’가 뜬다. 1시 몇 분 비행기인 치앙마이부터 간다는 건가?

치앙마이 가는 사람들이 주섬주섬 줄을 선다. 아마 치앙마이행은 제시간에 탑승을 시작하고 가는 것 같다. 치앙마이는 태국이니 국제선이고 이래저래... 빨리 가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서운하다. 그러더니 그 비행기는 출발시간보다 빨리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날아가려고 활주로로 사라진다.

아무튼 남은 비행기는 하나뿐이고, 저걸 타야 하나 본데, 내가 받은 티켓의 좌석을 보니 또... 프로펠러뷰다. 두 번 연속 프로펠러뷰는 좀... 너무한 거 아니오...?

어쨌든, 비행기 쪽에 사람이 웅성이고 무슨 차가 먼저 갔다 어쩌고.. 치앙마이행  비행기 조종석에서 탑승구 직원 쪽에 해맑게 손을 흔드는 부기장님... 대조적으로 출발도 못하고 우중충하게 앉아있는 비엔티안행 승객들.

네모박스차가 비행기에 두툼한 호스를 연결했다. 그리고 어찌어찌, 1시에 비엔티안행을 탈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비엔티안-팍세 비행기는 두 시간 정도 뒤. 이것도 뭐... 연착. 지연출발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고, 한시 십분 정도에 자리에 앉았는데, 공항 직원이 창 밖에 두툼한 호스를 연결한 채 한참 동안 서 있다. 기름을 이제야 넣는 것인지, 기름인지 뭔지도 모르겠지만, 느릿느릿 나타나서도 한참을 연결한 상태로 되어 있다.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호스로 연결해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엔지니어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연결된 호스를 제거하고 차 위로 싣고서 천천히 비행기 곁을 떠난다.

루앙프라방을 떠나는 날까지 비행기를 타는 그때까지 느긋하고, 여유롭지 않으면 쉽지 않음을 깨달으며, 초조하게 기다려봐야,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언젠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은 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시간을 마음 졸여가며 나쁘게, 안 좋게 보내는 것이 절대로 좋지는 않은데.

여유롭게 천천히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그런 마음의 근원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면, 영영 가질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환경에서 있으면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다 보면, 느긋해지면 그게 나의 기본이 되어 긍정적이고 느긋함이 기본이 되는지.

어쨌든, 비행기는 출발했고, 무사히 이륙했고, 간식으로 과일스낵칩과 작은 물 한병 받았다.

바깥의 구름을 보며 끄적거리다 보니 벌써 착륙준비를 한다. 돌아가는 길의 절반을 왔다.

12:25 비행기가 13:29에 출발하는, 그럴 수도 있는 일.

그나저나, 비엔티안에서 거의 안 기다리고 바로 탈 수 있겠다.


다시한번 프로팰러뷰
비행기와 연결해 한참을 뭔가 하던 내모박스 차
갈아 탄 비행기도 날개뷰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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