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계추가 은퇴라는 지점을 통과했을 때, 세상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요해졌다.
현직에 있을 때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였건만, 막상 손에 쥐어진 자유는 때로 막막한 안개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퇴직하고 1~2년만 지나면 연락처의 이름들이 하나둘 지워지고, 결국에는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고립된 섬이 될 것이라고. 그 말은 일종의 경고이자, 은퇴자들이 마주해야 할 서글픈 숙명처럼 들렸다.
(인생도 홀인원)
하지만 나는 그 숙명에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전반전은 '나'는 없고 '역할'만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엔 가난이라는 그림자가 늘 등 뒤에 붙어 있어 취미생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는 또 어떠했나. 업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승진이라는 가파른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거듭된 승진 낙방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나는 더욱더 자신을 몰아세웠다.
취미나 여가는 사치였고, 오로지 성실함만이 나의 유일한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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