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인생은 수많은 정거장을 거쳐 가는 긴 열차 여행과 같았다
고향 앞마당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함께 뛰놀던 죽마고우들부터 시작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배움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다녔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강의실까지. 그곳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졸업장이라는 징표를 손에 쥐고 사회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도, 입사 동기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전우애 같은 우정을 쌓았다
새로운 기관이나 부서에 발령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점심 한 끼를 나누며 동고동락하는 사이 우리는 서로의 네트워크가 되었고, 그물망처럼 촘촘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했다
은퇴라는 커다란 매듭을 지은 지금도, 그 시절의 이름들로 엮인 각종 모임과 동창회는 여전히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왁자지껄한 모임의 한복판에서 문득 벽에 걸린 문구 하나를 마주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상식 만천하 하되, 지심 능기인고(相識 滿天下 知心 能幾人)."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 짧은 한마디가 수십 년간 맺어온 나의 인연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서늘한 거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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