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대학 강의실에서 '인간관계와 사회'라는 과목을 들으며 노트에 적었던 , 방어 기제,라는 단어가 이토록 절실한 내 삶의 화두가 될 줄은 몰랐다. 당시엔 시험을 치기 위해 외웠던 그 딱딱한 용어들이, 이제는 췌장의 3.5cm 염증과 싸우는 나를 지탱하는 가장 부드러운 방패가 되어 돌아왔다.
나의 지난 3년은 6개월마다 돌아오는 '검진의 굴레'였다. 췌장 CT와 초음파 내시경,
Mri 기계 앞에 누울 때마다 곤두서는 신경을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말한 '성숙한 방어 기제'를 몸소 실천하기로 했다. 불안에 압도당하는 대신, 나는 삶의 통제권을 다시 내 손으로 가져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절제'였다.
한때 가끔 즐겼던 술은 이제 입에도 대지 않는다. 담배는 원래부터 멀리했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 신발 끈을 묶는다. 8,000보를 걷는 루틴은 나에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지면을 딛는 한 걸음마다 췌장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고, 1차 목표 80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만의 승리 선언이다.
배움에 대한 갈증도 여전하다. 책을 읽고 돌아서면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이 때로는 허망하지만, 그래서 나는 메모를 시작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시 브런치에 글로 옮긴다. 이 '수고로운 과정'이야말로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만의 고귀한 배움이자,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결임을 이제는 안다.
『행복의 조건』은 말한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조건들의 합이라고. 나는 오늘 그 조건을 하나씩 채워간다.
금주와 금연으로 내 몸을 존중하고,
8,000보의 걷기로 활력을 유지하며,
독서와 글쓰기로 성숙한 방어 기제를 실천한다.
3.5cm의 염증은 여전히 내 몸 안에 있지만, 그것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6개월마다의 검진은 나를 시험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올바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주는 고마운 이정표일 뿐이다. 오늘도 나는 8,000보를 돌파하며, 가장 건강한 나의 80세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활기차게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