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대륙

몰락한 열강들

by 성주영


한 때 인류 역사상 해가 지지 않는 대륙이 있었다.


이 대륙은 소위 문명의 기틀을 전파했다.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까지 그 범위는 넓고도 끝이 없었다.


지금도 우리는 그 대륙이 전파한 문명 하에 삶을 안위해 나가고 있다.


때로는 그 문명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때로는 그 문명이 우리에게 치욕을.


때로는 그 문명이 우리에게 참혹함과 희생을


때로는 그 문명이 우리에게 모순과 불평등을 주기도 했다.


아무렴 뭐 어떤가? 그 문명을 이어받은 우리는 지금 그 어떤 것보다도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이를 통해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인류사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때로는 살육과 공포를 통해


때로는 무역과 교류를 통해


문명을 전파한 해가 지지 않던 그 대륙은


현재 수없이 많은 내분과 갈등, 분열을 겪으며 해가 점차 지고 있다.


그들이 전파한 문명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으나 이 문명의 주인은 빛을 점점 잃어간다


그 대륙의 빛이 언젠가는 다시 밝혀지기를…


다시 한번 그 대륙에서 해가 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는 오늘도 무릎 꿇어 기도한다.


해설: 이 작품은 한때 제국주의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현대 문명의 기틀을 전파했던 유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작품은 피식민지 국가들의 고통과 수많은 희생, 그리고 그들이 받아들인 문명의 이중성을 함께 조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유럽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회민주주의의 피로, 경기 둔화와 기술 혁신의 정체,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 갈등과 극우 정치의 부상 등으로 인해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과거에 쌓아 올린 문명과 자유의 구조물은 여전히 오늘날 국제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마지막에, 이러한 기반 위에서 유럽이 다시금 자유와 문명의 본질을 되찾고, 찬란했던 과거의 이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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