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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Nov 29. 2023

한쪽소설-진짜 모녀가 되는 법 2

제곧내 :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ㅎ

 지영은 수연이 안쓰러웠다.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모를 모습을 하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수연을 보니 깊은 마음속에서 애정이 피어났다. 친엄마가 갑자기 그렇게 떠나고 무서웠는지 아빠를 살뜰히 잘 챙겨준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철이 든 것 같은 수연의 모습에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지영과 정훈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처음 사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영은 너무 젊은 나이라 깜짝 놀랐다. 장례식에서도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정훈은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딸을 챙기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주어진 일을 그럭저럭 해내고 있지만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런 그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 가끔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사별한 지 1년쯤 지나자 그는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딸내미가 잔소리가 많아 피곤하다며 너스레도 떨게 되었다.


 정훈도 지영이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못 낳아서 이혼당한 것 같다고 동창들이 안주 삼아 떠들어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챙겨주니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 정식으로 만남을 청하고 데이트를 하는데 너무나 편하게 느껴졌다. 정훈도 지영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게 운명인 것 같았다. 둘은 금방 가까워졌고 주위에서도 언제 결혼하냐며 기뻐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영과 정훈과 수연은 아주 단란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수연이 만났다 헤어질 때마다 제 나이다운 어리광을 부리며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되냐고 조르기 시작하는 걸 보고 결혼할 때가 되었나보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정훈이 암에 걸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 아이는 어쩌라고...' 지영은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자신이나 정훈보다는 암이란 끔찍한 질병으로 부모를 모두 잃게 될지 모르는 수연이 더 걱정되었다. 암에 걸린 후 그가 헤어지자며 떠나라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친구들도 이혼녀에 과부까지 되어 남의 자식 키우고 싶냐며 보내줄 때 떠나라며 부추겼지만, 이건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떠나면 정훈은 그렇다지만 어린 수연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냥 거기가 지영이 있어야 할 자리라고 느꼈다. 


 자연스럽게 지영은 그들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정훈이 병원을 들락거리는 동안 수연을 돌봐줄 사람도 필요했고 퇴원했을 때 집에서 챙겨줄 사람도 필요했다. 이렇게라도 자신이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순간들이 아주 소중했다. 다른 생각 같은 건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바보같이 그러면 안 된다고 못 헤어질 거면 혼인신고라도 하라고 부추겼다. 그래야 사망보험금이라도 받아서 고생한 보상을 받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정훈이 죽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한데, 그런 일을 대비해서 해야 할 일이 겨우 혼인신고라는 것은 더 끔찍했다. 그러다 수연이 엄마로 부르기 시작한 후부터는 그런 종이 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그를 간병하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살림을 살피는 일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정훈의 암 치료 경과가 매우 좋았다. 정훈의 암이 재발하기 전까지는 이제 행복해지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 사람들이 걱정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훈은 완쾌되었으며 수연이도 전혀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 주었기에 더 이상 걱정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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