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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Dec 04. 2023

한쪽소설-진짜 모녀가 되는 법 4(끝)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입니다ㅎ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받고 나온 지영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줄 몰랐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그냥 욕심내지 않고 현재에 감사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여겼던 스스로가 너무 안일했다 생각한다. 상속재산 같은 건 관심도 없다. 지영은 그저 수연이랑 살고 싶을 뿐이다. 이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될 줄 전혀 몰랐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런 경우 참 쉽지 않네요. 현재 법적으로 모든 상속 권한은 딸 수연 양에게만 있습니다. 그런데 미성년자가 상속받기 위해서는 후견인이 필요합니다. 보통 후견인은 법원에서 가까운 친척 중에 적합하다 판단되는 사람으로 정해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친척이 아닌데요. 제가 후견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엄연하게 고객님과 수연 양은 법적으로 타인이기 때문에 지정되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이전에 부군께서 살아계셨을 때 혼인신고를 하고 친양자입양까지 하셨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테지만 그건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 수연이는 큰아버지에게 무조건 가야 하나요? 수연이는 여태까지 큰아버지가 해외에 있어서 잘 만나지도 못했어요. 서로 하나도 잘 모른다구요. 그리고 수연이는 저를 엄마라고 불러요. 수연이가 저랑 떨어지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저도 그렇구요. 제발 도와주세요.” 


 “흠... 그렇다면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수연 양 본인이 후견인 지정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미성년자 본인 의사를 많이 반영하려는 추세니까요. 두 분이서 같이 살았던 기록도 충분하고, 주변에 증인으로 나서 줄 분들도 많은 것 같으니까 가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수연 양의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했다는 점은 법원에서도 충분히 참작해 줄 겁니다. 문제는 큰아버지께서 이의 신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소송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군요. 다행이네요. 저는 각오가 되어 있어요. 저에게도 수연이에게도 이제 서로 밖에 없어요. 제가 정말 무슨 일을 해서든 수연이 잘 키울 거예요. 그이도 저한테 수연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어요. 제가 이렇게 포기한다면 그이도 눈을 편히 감지 못할 거예요.” 


 “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수연 양이랑 함께 오셔서 관련 서류와 절차를 밟도록 하죠. 쉽지는 않을 겁니다. 100% 확답도 드릴 수 없고요. 하지만 한번 해 보죠.”      


 지영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수연에게 조심스럽게 전한다. 혹시나 수연이 자신보다는 큰아버지와 살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걱정스럽다. 여자 혼자인 자신보다는 그래도 또래인 사촌들이 있는 친척 집에서 자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후견인 지정이 될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어떤 게 수연에게 더 좋을지 판단이 안 선다. 수연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이내 울먹거리며 말한다.


 “엄마, 혹시 내가 부담스러워? 그래서 나 큰아버지한테 보내버리려고 이런 소리하는 거야?”


 “수연아... 엄마는... 아냐, 그런 거 아냐.”


 “그럼 왜 그런 소리를 해? 난 이제 엄마뿐인데 내가 누구랑 살아! 내가 왜 큰아버지한테 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집에 내가 왜 가!”


 “절대 그런 거 아냐. 미안해. 그냥 내가, 엄마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걱정돼서 그랬어. 수연이한테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물어본 것 뿐이야. 정말이야.”


 “엄마... 나 앞으로 진짜 집안일도 내가 다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진짜 절대 엄마 귀찮게 안 할게. 같이 살게만 해줘. 엄마... 제발 나 버리지 마. 엄마 없으면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


 “수연아, 엄마도 너밖에 없어. 나도 너 없으면 이제 못 살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평생 옆에 있어 줄게. 사랑해. 걱정하지 마.”


 두 모녀가 서로 안고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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