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화가 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센터장이 문제였다. 술은 입에도 안 대고 탁구는 엄청 잘 치면서 배는 임산부보다 더 산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온 센터장이 뜬금없이 말했다.
"내가 요 며칠 계속 보니까 팀장님들 인수인계가 잘 안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제대로 안 하고 계시는 거 맞죠? 제대로 안 하고 계시죠?"
한없이 가볍고 얇은 목소리에 어울리는 말투로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게 28명을 이끄는 리더의 위엄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욱하며 한마디 치받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노련한 팀장은 다르게 대처했다. 직장생활 30년 차쯤 되면 그렇게 되는 건지, 팀장보다 한참 어리고 현장 경력은 전혀 없어 아는 게 쥐뿔도 없는 센터장의 도발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유연하게 대응했다.
"필요한 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글쎄요. 내가 볼 땐 잘 안 되는 거 같던데요. 어쨌든 앞으로 좀 더 지켜보다가 그래도 잘 안 되는 거 같으면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센터장 얼굴에 주먹을 콱 쌔려 박아 넣고 싶었지만, 팀장님이 그저 그러려니 넘기고 있고 다른 팀원들도 동태눈을 한 채 회의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어 꾹꾹 참고 또 참았다. 센터장은 계속 시비를 걸고 또 걸었지만 팀장은 그저 허허 웃어넘길 뿐이었고, 나는 속으로 참고 또 참으며 휴대폰 녹음 어플이 잘 되는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걸 언제 어떻게 써먹을지를 궁리하며 저 놈을 꼭 망쳐놓고 말리라고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럼에도 회의가 무사히 끝났고, 오늘도 잘 참았다며 스스로 대견해하며 얼른 내 자리로 갔다. 내 자리에서 혼자 녹음이 잘 됐는지를 확인하고 그간 증거 수집을 해놓은 폴더에 파일을 옮겼다. '2023.09.25.금.주간회의'라고 제목을 달고 요약을 하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거기에 너무 집중했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꺄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내 머리와 그 사람의 턱이 부딪혔다.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이쪽에 집중되었다.
센터장이었다. 센터장의 턱이 나의 단단한 머리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당장 내 머리도 아팠지만 센터장은 더 아파했다. 턱을 벌리지 못해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와 부딪힌 인간이 센터장이란 걸 안 순간부터 내 머리의 통증은 사라졌고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기 때문이다. 너무 기분이 좋아 웃음까지 새어 나올까 봐 입을 틀어막았다. 겉으로는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죄송하다는 말도 겨우 쥐어짜 내 기어가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다행히 사람들에게는 그게 더 진실성 있어 보인 듯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아파하는 센터장을 아부 잘하는 행정팀장이 데리고 나갔다. 당장 병원에 가자며 법석이었다. 센터장이 나가자 사무실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