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소설-사십춘기 그녀
제3자의 시선으로 쓰는 자기소개
오늘도 그녀는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사춘기보다 사십춘기가 더 심각하다는데 그녀도 그걸 겪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온통 어떻게 하면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는 없다.
어디 가서 40살 여자가 이만한 직장을 찾을 수 있겠는가?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직장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공무원이라 월급도 꽤 되니 남들이 보기엔 배부른 소리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때 도선사를 꿈꾸며 전 세계 바다를 누볐던 항해사 출신인 그녀에게 이 조직은 너무 답답하다.
소위 말하는 경제적 자유도 아직은 이르다.
이혼한 후 10년간 꾸준히 일하고 재테크를 해와서 지금은 좀 살만해졌지만,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걱정이 너무 많다.
그녀의 노후도 걱정이고,
아이들 대학 학비도 걱정이고,
친정엄마 건강도 걱정이다.
몇 달 전에 좋은 남자를 만나 재혼해서 오랜 세월 가장이었던 그녀의 무거운 부담은 좀 덜었지만, 남편에게도 같이 살지 않는 아이가 둘이 있고, 자식이 남편 하나뿐인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을 놓지 못한다.
불안한 미래를 더 확실히 대비하려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모으고 불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무런 보람도 열정도 찾을 수 없는 이 일을 계속하다가는 그녀는 조만간 미쳐버릴 것 같다.
뭔가 다른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하는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을 본 그녀는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하며 수강신청을 했다.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다 보니, 그녀는 고등학생 때 작가라는 꿈을 꾼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해 냈다.
도서부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고, 방학마다 국어선생님들이 주최하는 문학캠프도 갔었다.
그때 짧은 단편소설도 썼고, 에세이를 써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막상 자유로운 20대가 됐을 때는 에너지가 넘쳐서 가만히 앉아 글 쓰는 일을 도저히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쩌면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녀는 직장에 가는 게 좀 덜 힘들게 느껴진다.
그녀는 또 친구들이 그녀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로 소설을 써보라고 했던 말들을 생각한다.
그녀가 좀 더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