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윗니 아랫니 닦자.
세수할 때는 깨끗이 이쪽저쪽 목 닦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거울을 봅니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가방 메고 인사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어렸을 때 아부지가 자주 불러주시던 동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 지금 저 노랫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아침에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적인 매뉴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방송에선 잠옷을 입은 어린이가 학교 갈 옷으로 갈아입고 잠옷을 차곡차곡 개어놓는 영상이 나오곤 했고, 밤 9시면 어린이들은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는 안내 멘트와 커다란 달 그림이 나온 후 이내 뉴스가 시작되었다.
규칙적인 생활! 말이 쉽지 그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운동 마니아, 벌크 업된 머슬맨, 에너지 충만한 밝은 사나이, 긍정적이고 규칙적인 사람 박쌤. 매일 새벽 4시 30분 기상하여 5시에 인근 구민 운동장에서 달리기 5km, 철봉 300개를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반복하는 규칙적인 박쌤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한 다음 8시까지 출근을 하여 오후까지 물리 수업을 한다.
"선생님 제 손바닥에 물집이 좀 있는데요, 붙이는 밴드를 몇 개 받을 수 있을까요?"하고 보건실에 오셨던 박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또렷이 기억난다. '미스터코리아'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체구가 단단해 보였다. 물집 상태를 한번 살펴보고 적당한 밴드를 드리기 위해 손바닥을 펴보라고 하니, 손바닥 끝 가장자리 마디마디마다 굳은살이 빼곡히 자리 잡혀 있었다. 물집이 새로 생겨 봉긋한 것도 있었고, 이미 터지고 낫길 반복하며 굳어져버린 것도 있었다.
무슨 운동을 하시나고 물었더니 아침마다 철봉을 200~300개씩 반복하여 차츰 늘여가고 있다며 상완 이두근 삼두근을 불끈불끈 뽀빠이처럼 힘줘서 보여주고는 이내 부끄러워 피식 웃으셨다. 군대 제대 후에 꾸준히 새벽 운동을 하고 있고, 습관이 되어 새벽 4시 30분이면 이젠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했다.
박쌤은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은 삼촌 같은 선생님이고, 석사 과정 후 중고등 과학예술영재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 물리 관련 동아리 활동과 과학중점 소논문 작업 및 진로 과목인 물리 II 수업 그리고 학생안전부에도 소속되어 열성을 다하는 박쌤. 얼마 전 백신 접종을 위해 학생들을 인솔하는 날은 마치 군부대 훈련을 연상시키듯 착착 척척 진행시키기도 했다.
작심삼일에 걷기 운동 정도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새벽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박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손에 박힌 그 굳은살을 보며 운동에 진심인 분이구나 존경심마저 들었다. 비가 오는 날은 우비를 입고 가볍게 뛴다고 하셨으니, 오늘 같은 날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여러 어른들의 모습이 보여지게 마련이다. 성장하는 학생들이지만 냉철하고 예리한 잣대로 선생들을 판단한다. 험담이라고 치부하고 혼을 내기엔 아이들 눈도 제법 매섭고 정확하여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저 선생과 학생의 신분에서 도리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 그리고 남을 격하게 험담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자고 말해줄 뿐이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지만, 자상한 선생님의 따뜻한 성정을 닮길 바라고 성실한 선생님의 열정을 닮길 바란다. 통찰력 있는 선생님의 예리함을 배우고 전문성 있는 선생님의 학식을 배워가기 바란다. 하루하루 쌓아 가다 보면 학업도 성품도 서서히 다듬어져 채워지리라 믿는다.
태어나면서부터 게으르고 삐뚤어진 사람이 어디 있으랴,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바. 우리 어른들은 다 알고 느꼈겠지만 이미 중년일 뿐이다. 중년이라 하여 그리 다 정해지고 끝난 것은 아니니, 어른들도 꾸준히 단련하고 부단히 노력하여 좋은 사람이 되도록 애쓰면 좋겠다. 한번 살다가는 이 인생 되도록이면 좋은 사람으로 잘 살다 가면 좋겠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