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의 〈너를 부르마〉
너를 부르마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 쉬는 공기(空氣)여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 《창작과 비평》 1975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 자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