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1998)은 강산에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4집의 타이틀곡이다. 시원하게 쭉 뻗는 보컬과 경쾌한 비트의 드럼이 생의 애환이 담긴 가사와 맞물려 누구나 한번만 들어도 홀딱 반하게 되는 노래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괜찮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힐링곡이기도 하다.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나 쉴 수 있겠지
난 요즘 좀 아팠다. 몇 달에 한 번씩 심한 편두통에 시달린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제 오늘은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기어나왔다. 사람이 아프면 무력해지고, 그러면 세상 초라해진다. 책을 읽고, 친구와 수다떨고, 커피 마시며 산책하는 그 모든 일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이 옹졸해져 사소한 일에도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다.
건강할 때는 누구나 타인의 고통을 쉽게 위로할 수 있지만, 자신이 아플 때는 가장 작은 고통도 참기 어렵다.
쇼펜하우어가 한 말이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바라보는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건강할 때와 아플 때, 동일한 시각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기 어렵다. 그때 작동하는 우리의 마음도 사뭇 다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도 있다. 동병하지 않으면 상련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병을 앓더라도 저마다 고통의 크기나 깊이는 다를 수 있다. 난 이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따위의 섣부른 가식은 떨지 않을 것이다.
약을 한움큼 털어넣는다. 어차피 남은 인생은 아픈 곳 고치고, 달래가며 사는 수밖에 없다. "삶이란 고통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 고통과 싸우는 것이다."(쇼펜하우어) 조금만 버티면, 참고 참고 참다 보면 통증이 가라앉고 말짱해지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며 쉴 수 있을 게다.
여러 갈래 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걸어 걸어 걸어 가다보면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중략)
그래 다시 가다보면
걸어 걸어 걸어 가다보면
어느날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 하겠지
잠깐 아프다고 생을 포기할 순 없다. 지친 육신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니, 넘어진 김에 좀 쉬자. 그런 다음 다시 일어나 걸으면 된다. 하긴 요즘은 나뿐 아니라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빨리 비가 와서 미쳐 날뛰는 산불이 잦아들었으면 좋겠다. 태어난 곳을 향해 온몸으로 강을 거스르는 연어들처럼, 일상의 모든 것들이 빨리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는 툴툴대지 않고, 그 평범한 일상에게 매순간 감사하며 착하게 살아갈 거다. ♣
https://youtu.be/tLfPWyfHfWg?si=cio15Ved3g6GKU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