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다시 봄이다. 한국인이라면 해마다 이맘때쯤, 몸이 기억하는 노래들이 있다. 바로 봄시즌 송! 그중 첫번째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2012)이다. 거의 온국민의 봄맞이 song이라고 봐도 무방한 노래. 작사와 작곡 모두 장범준이 했다. 음원 발표 이틀 만에 모든 음원 차트를 석권한 전설의 노래. 발표된 지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매번 봄만 되면 음원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하여 죽지 않는 좀비 같다 하여 '벚꽃 좀비'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사랑하는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노래는 다짜고짜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로 시작한다. "그대여"라는 호명을 듣자마자 우리는 설레기 시작한다. 아무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듯, 갑자기 노래 안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밖에. 노래는 간결한 선율, 매력적인 장범준의 가성과 시적인 가사들이 어우러져, 마치 수채화 한 편을 감상한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한번 들으면 나도 모르게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그냥 어디론가 가고 싶어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지는 노래다.
바야흐로 벚꽃이 절정이다. 오늘내일 실컷 즐겨야 한다. 모레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니, 저 예쁜 꽃잎들은 후드득 제 할일을 마치고 시간 속으로 사라질 게다. 유난히 까만 나무에 흰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는 이맘때,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걷는다면 얼마나 행복하랴. 누구에게든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리라. 그래서인가. 이때쯤 들려오는 또다른 봄 노래가 있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손 잡지 마 팔짱 끼지 마 끌어 안지 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 좀 마
설레지 마 심쿵하지 마 행복하지 마
내 눈에 띄지 마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 내 눈앞에서 암수 쌍쌍이 노니는 걸 보면 누구나 질투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질투를 귀여운 가사로 풀어내 공감을 얻은 노래가 바로 10cm의 〈봄이 좋냐〉(2016)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직관적인 가사가 오히려 솔로들의 마음을 대변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한 곡을 추가하자면 로이킴의 〈봄봄봄〉(2013)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이 곡 역시 발매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매해 봄만 되면 플레이리스트를 뒤지게 만드는 봄시즌송이다.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내 귀에 봄, 내 눈에 봄!
내 귀에 봄, 내 눈에 봄! 사방은 온통 봄투성이다. 봄은 가수들의 다정한 목소리를 타고 내 귀에 들어온다. "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은 푸른 하늘 아래 면사포처럼 화사한 순백의 꽃잎들로 내 눈을 가득 채운다. 아찔한 꽃향기는 내 코를 찌르고 정신을 아득하게 한다. 좋은 계절이다.
예전에 나는 좋은 것이 있으면 아껴두었다. 좋은 것은 너무 귀하고 예뻐 함부로 후딱 먹거나 써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무엇이든 미루고 묵히면 잊혀지거나 썩게 마련이다.
난 시간도, 세월도 그렇게 아껴두고 미뤄두었다. 지금 이 순간을 견디면 좋은 날들이 오겠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계속 유예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난 좋은 것들을, 귀한 사람들을, 아까운 시간들을 놓치며 살지는 않았는지... 맞다. 좋은 것부터 먹고 쓰고, 좋은 사람부터 만나는 게 정답이다.
이제는 시간도 사람도 물건도, 좋은 것들을 먼저 챙긴다. 계절도 그렇다. 다시 오지 않을 귀한 2025년의 봄. 오늘 하루는 온전히 '봄' 속에서 '봄의 시간'을 즐길 것이다. 할일은 저쪽으로 잠시 미뤄두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 아름다운 계절 '봄'을 만끽할 것이다. 어쩌면 제 흥에 겨워, (곁에 있는 사람은 좀 괴롭겠지만), 노래도 한 곡 뽑을지 모른다. 흠흠!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https://youtu.be/tXV7dfvSefo?si=z3i4-amo2M8dLM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