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려고…….주인공은 마지막에
미국에서 마지막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세 가족이 꽤 오랫동안 이야기 했어요.
목표했던 50개 주 여행을 모두 마쳤고, 미국에서 가장 재밌던 여행을 꼽아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어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기차여행과 플로리다 여행이에요. 그리고 이야기 끝에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미시간주를 공항에서 벗어나 제대로 여행하기로 했어요. 그 방법으로 셋다 다시 하고 싶은 기차여행으로 루트를 짜기로 했어요. 지난번 앰트랙 제피어 기차여행의 중간 덴버역에서 하차를 한 것이 아쉬움도 있어서 우리는 미국을 떠나기 전에 아쉽지 않게 이 두 가지를 다시 하기로 했어요. 풀코스의 기차를 타는 것, 미시간주의 땅을 제대로 밟는 것.
이렇게 또다시 시작된 아빠의 루트 만들기.
마지막이라 그런지 아빠는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때 마침 시작된 유럽의 한 항공사가 스카이팀 동맹체 가입 기념으로 100만 마일을 주는 이벤트도 있어서 갈팡질팡 하셨지요. 스카이팀의 15개 항공사를 이용하면 밀리언마일을 주는 이벤트였는데 아빠는 도전하고 싶어 하셨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엄마는 욕심을 버리라고 하셨지만, 도전한다면 당연히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히셨지요. 연말은 다가오고 아빠의 회사인생 처음으로 받게 되는 10일 이상의 휴가를 위해 고민은 더욱 깊어졌어요. 저는 매일밤 아빠와 함께 밀리언 마일을 받기 위한 유투버의 도전기를 시청했고, 거의 도전을 결정하기 직전, 아빠는 욕심을 버리기로 결정하셨어요.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이었어요. 50개 주는 이미 채웠는데, 그리고 나중에 미시간 주 여행만 따로 가도 괜찮은데…. 저는 아빠의 결정에 불만이 컸어요. 비행기 결항으로 공항에서 자야 한다면 그것도 자신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빠는 포기하는 것도 선택이라며 마지막 순간에 다시 안전한 여행을 하자고 하셨어요. 엄마는 아빠의 소중한 휴가를 존중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불만을 거두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그 바람에 시애틀-시카고-디트로이트-뉴욕-나이아가라-라스베가스 여행이 반토막으로 시애틀-시카고-디트로이트-라스베가스로 경로가 되었어요. 고민을 하던 사이 뉴욕행 비행기 표 값이 너무 비싸졌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최초에 목표한 바를 이루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또 신나게 출발 준비를 했지요. 다행인 것은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것도 약간 기대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기차에서 46시간 보내는 일을 생각하니 또다시 설렜어요.
엠파이어 빌더(Empire builder)기차를 시애틀에서 타고 출발하면 우리가 50번째로 찍은 몬타나 주를 지나, 엄마가 좋아했던 노스 다코다의 파고에 새벽에 지나요. 그리고 아빠가 출장선물로 미니소다를 사 오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를 지나서 마침내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에 도착해요. 미국 본토에 있는 4곳의 타임존 중 3곳을(PT:Pacific time, MT:Mountain time, CT: Central time)을 지나고 차를 타고 미시간주까지 가면 (ET: Eastern time) 모든 시간대를 여행하게 돼요. 기차를 타면서 드디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미국에 맞이하게 될 거예요. 크리스마스 디너는 기차의 식당에서 앰트랙 정통 코스로 즐기게 되겠죠? 꼭 채소를 빼고 달라고 주문하고 스테이크를 먹을 거예요.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 될까? 기차에서는 무엇을 하며 지낼까? 지난번처럼 기차에서 한 번도 내리지 말까? 당연히 세수는 물론 양치도 하지 않을 거야! 나만의 46시간을 생각하다 보니 밀리언 마일의 꿈은 금세 사라지고 기차여행이 너무나 기다려졌어요. 게다가 이번 기차 여행의 시작은 바로 워싱턴 주의 시애틀이었어요. 우리가 연말이 되면 매번 가는 시애틀, 어떻게 하다가 이런 전통? 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시애틀을 좋아해요. 막연하게 50개 주 이야기의 마지막은 시애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야기의 초반 지도에는 진작에 노란색으로 칠해 놓았던 워싱턴주에 대한 이야기를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이렇게 마지막 여행지에 선정이 되다니, 내 이야기가 드라마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