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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로암 Aug 02. 2024

교재

공부방의 주 교재는 제일 쉬운 교재이다.


초등은 한 학기에

기초연산서 1권

유형서 1권

여기서 좀 빠르고 잘하는 애들은 심화를 추가한다.


그래서 최대 학기당 3권.

예전에 4권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학년 애들이 모두 진도를 잘 따라오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았으며 성실했기 때문에

한 권 더해도 되겠다 싶어서 4권을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숙제에 치인 아이들은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었고

숙제검사를 하면 오답이 확연히 늘었다. 흐트러지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학교 단원평가에 맞춰서 쳐보는 시험에서도 오답이 늘었다.

다음학기에 3권으로 다시 돌아오자 그 현상도 자연스레 없어졌다.


그 후로 초등은 쭉 학기당 2~3권을 유지하고 있다.

탈 날 걸 알면서도 더 쑤셔 넣을 순 없다.

초등은 적당히. 적당히. 아직 남은 날이 많다.


학기당 4권을 한 애가 있었는데

걘 결국 s대를 가고야 말았다.

연산-개념-유형-심화 이렇게 4권을 하면 학기가 딱 맞아떨어졌기에

도대체 어떤 애들이 선행을 하는 건지 궁금했다.

선행할 시간이 남는 애들은 대체 얼마나 똑똑한 거지?

중학교 때 고등선행을 전혀 하지 않은 그 아이의 공부를 지켜보면서

선행은 정말 씨잘데기 없는 짓이라는 것을 확신했고

지금도 굳건하다.

선행한 애보다 제가 더 수학 잘해용~ 시키지 마세용~

이 말을 남기고 서울로 간 그녀.


연산과 교과서를 돌리고 돌려 시험을 치른다.

점수는 스펙터클하다. 엄청난 사인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우상향 직선의 방정식이 나오기도 하고

바닥을 탁 찍고 끊겨버리기도 하고

천장을 탁 찍고 안녕하기도 하고

애바애

케바케

너무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는다.


중등은 밀어 넣어보고

토하면 살살 밀어 넣고 소화시키면 조금 더 밀어 넣는다.

고등 때 닥칠 거칠게 뇌를 찢어발길 수학의 태풍에 기초탄탄으로 대비. 빵꾸를 만들 순 없어.


애들이 사 온 빤질빤질한 새 교재에 이름표를 붙인다.

몇 개월 뒤 너덜너덜해진 교재를 끈으로 묶어서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낸다

어떤 아이는 묵직하고

어떤 아이는 달랑달랑 들고 간다.


교재의 두께와 노력의 정도는 비례하는가.

어느 정도는 비례하겠지만

달랑거리며 들고 가는 아이들의 노력도 끝까지 보아야한다.

점수가 개판이라 다들 놀리고 안타까워해도

-찍어도 그 점수겠다

-공부를 한 게 그 점수라고

찍은 게 아니라 공부해서 나온 그 점수의 가치를 알아봐야한다. 조그매서 봐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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