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개 아메리카노를 기본적으로 마십니다.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자연스럽게 일상과 융화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가끔씩 마시는 커피는 무언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니 아인슈페너입니다.
라떼를 베이스로 만든 아인슈페너도 있고, 샷에 물을 조금 희석한 것(아메리카노라고 하기에는 진한데 에스프레소는 아닌)을 베이스로 적당히 묽은 크림을 얹어낸 커피이죠. 독일어로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라는 뜻인데, 마부들이 추위를 이겨내고자 설탕과 크림을 넣어 먹던 것 / 흔들리는 마차에서 커피를 흘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끔 밀도가 있는 크림을 얹은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전부 접목된 하이브리드 음료가 아닐지요. 세상에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어쨌건 저는 아인슈페너를 가끔 찾게 됩니다.
다만 작은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내가 정말 맛있다고 감동한 아인슈페너가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나의 인생에 완벽하다고 느낀 아인슈페너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지만 저는 아인슈페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네요. 잘 만든 아인슈페너라는 것은 나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이었던 것일까요?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울할 때 달콤한 것이 끌리기 때문에 감성적이 되는 날 답지 않게 아인슈페너를 주문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나답지 않을 때 아니면 오히려 나 다울 때 고르는 커피' 그래서 맛과 향을 상상하면 묘하게 비냄새와 텁텁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은 공기 스스로 알 수 없는 표정이 생각나게 되네요. 좋다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상태라는 이야깁니다.제 취향만 이야기하자면 샷에 물을 2:1.5 정도로 하고 얼음은 7개 정도. 크키가 어딜 가나 제각각이니 너무 추상적인가요? 얼음이 너무 많아서 크림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맛이 옅어지는 게 싫을 뿐입니다. 크림은 동물성으로 시럽이 아닌 백설탕을 기분 따라 넣고 아래에 있는 커피가 크림과 함께 흘러들어올 수 있게끔 40~50% 정도만 휘핑하여 얹어줍니다. 취향 것 발로나초코파우더도 얹으면 좋겠네요. 이외의 모습인 아인슈페너가 좋다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상태라는 이야깁니다.
※ 만약 카페에 가서 직원분께 이렇게 주문을 넣는다면 너무나 난처하겠지요 그런 고로, 스스로의 취향에 맞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메뉴가 아닐까 싶네요. 크림에 설탕이 아닌 바닐라시럽 1+헤이즐넛시럽 1을 넣어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