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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스탄트 Nov 09. 2023

일상의 옹졸함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나의 자존감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내가 나를 특별한 사람이라 자청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특별하게 봐줄 것인가? 

부모님들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아홉 살 아들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 이외의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내가 나를 특별하게 대우해 준다는 것은 건전한 생각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고 모두가 다 특별하고 가슴에 작은 우주를 품고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십 대부터 나는 대범하고 호탕하며 지혜롭고 멋진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게 행동하고 실천하며 살았지만 진정으로 그런 사람인 건 아니었다. 나의 옹졸함은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느낄 수 있었다.

대범한 척 호기롭게 살아나갔지만 좁은 시야에서 한정된 사람들만 만나길 좋아했었다. 관계의 옹졸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회의감에 자주 빠졌으며 결국은 인간을 품지 못했다. 

'이게 나야. 어쩌겠어.', '싫음 말고.' 

이런 식이었다. 무게감 없이 그저 가볍게 생각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기억이 아주 희미하고 어떤 부분은 조작되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옹졸함의 시작은 남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를 대하는 아빠가 너무 밉고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부만의 문제가 있었을 텐데 어린 나의 눈에는 아빠가 온통 잘 못하는 것 같았다. 아빠 앞에서는 약해 보이는 엄마가 늘 안쓰럽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였다. 나의 엄마이니까. 그런 성숙하지 못한 옹졸한 마음에 아빠를 타박하고 원망하고 미워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다. 삼십 중반의 나이에 들어서면서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미안했고 그리웠다. 환갑에 객사한 아빠의 시신을 끌어안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른다. 좋은 시절 누려보지 못하고 투쟁하듯이 살았었던 아빠는 그 누구에게도 본인의 의중을 밝히지도 못한 채 서러운 인생을 마감하셨다. 


오늘 하루 나는 빛이고 긍정이고 친절함으로 무장한 완벽한 하루를 살아낼 것이라는 계획은 집 현관을 나서면서 수많은 난관을 맞닥뜨린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려 출근하는 도중에도 옹졸한 마음은  그 뾰족하고 야비한 눈을 하고 나에게 순간적으로 침투한다. 자각을 하고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옹졸함을 발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 또 옹졸함이 눈빛을 발사하려 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옹졸함에 나를 무방비로 노출할 수 없어서 수없이 많이도 나를 다독여야 한다. 


옹졸한 내 모습이 싫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하나같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이 전부 철없이 느껴지고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이다. 시공간에 살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가 시작되면서 머리에는 새치가 나기 시작하는데 정신은 그대로 이십 대의 옹졸함으로 머물러 있다면 글을 쓰고 책을 낸다고 뭐가 달라질까? 내가 나의 모습을 보더라도 사랑하고 싶고 존경하고 싶게 만들고 싶다. 


일상의 옹졸함에서 벗어나 초연하고 싶다. 

감정이 없고 무덤덤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며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어떤 시작이고 싶고 희망이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 시작한 솔루션은 아주 조금이라도 매일 변화하는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다. 오늘 XX욕을 세 번 했다면 내일은 두 번으로 줄이고 술도 줄이고 게으름도 줄이고 결국은 어제의 나보다 덜 옹졸하게 사는 것. 

처음부터 거창하게 변할 순 없지만 뾰족한 것을 하나씩 빼나 가는 것으로 시작해 본다. 

아마도 죽기 전에는 미세한 옹졸함도 사라지고 마음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렇게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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