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인대증후군, 신스프린트 회복기
세상일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답은 ‘완벽한 것은 없다’, ‘양면성이 존재한다’이다. 예를 들어, 물은 식수와 수영장에서 의미 있게 사용된다. 반대로 부족하면 가뭄을 초래할 수 있다.
마라톤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은 이미 체감했다. 반대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상’이 떠오른다. 나의 첫 부상은 2023년 겨울, 새벽 러닝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발생했다. 육교 계단을 내려가는데 오른쪽 다리 바깥쪽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출근은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진단 결과는 ‘장경인대증후군’이었다. 무릎 바깥쪽과 장경인대 사이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이다.(*무릎 바깥쪽은 장경인대증후군, 가운데는 슬개건염, 안쪽은 거위발건염)
다행히 심한 상태가 아니라 러닝은 2주간 쉬었고, 진통소염제와 주사 치료를 받으며 회복했다. 출퇴근하는 중 계단에서는 “어떻게 올라가지, 어떻게 내려가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기적어기적 옆으로 조심스럽게 걷는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리가 원래 아픈가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장경인대증후군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는 마라토너를 보며, 2주 만에 회복된 것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후 러닝 전·후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러닝 시 오른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양쪽에 균형을 맞추려 의식하며 뛰었다. 그리고 인터벌과 템포런 등 고강도 운동이 있는 날에는 장경인대 쪽에 테이핑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후로 한 번 더 장경인대증후군이 찾아왔지만 2주 이내에 이별할 수 있었다. 부상이 있을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하지만 러너로서 그동안 쌓아온 ‘VO2max(최대산소섭취량), 러닝 이코노미, 젖산 역치’가 낮아질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상이 있을 때는 한 템포만 쉬고 가야 하는 것 같다.
이후 다행히 장경인대증후군과 세 번째 만남은 가지지 않았다. 평생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동안 부상 없이 혼자 혹은 크루원들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코스를 뛰면서 러닝 생활을 즐겼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주말 새벽 번개도 기다려지는 나날이었다. 또한 체력이 정점을 찍는다는 게 느껴져 만족스러운 하루하루였다.
계획된 훈련을 하고 2025년 첫 번째 마라톤 대회와 두 번째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2025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겸 동아마라톤)과 2025년 4월 뉴발란스 하프레이스 인천 모두 PB(Personal Best: 개인 신기록)를 달성했다. 이후 1개월, 갑자기 오른쪽 다리 정강이뼈 안쪽에서 날카로우면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다.
체력이 이렇게 올라왔을 때 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늦어도 1개월 이내에는 회복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한 2025년 5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째 치료 중이다. 같은 부상을 입은 크루원에게 문의하고, 인터넷 자료도 찾아봤다. 길게는 3개월까지 가는 지독한 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정형외과 의사는 본인이 직접 겪고 회복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하여 놀랐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부상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무조건 뛰지 말라”는 정형외과 의사도 있었고, 철인3종을 하는 명의 정형외과에서는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너무 떨어질 수 있으니, 정강이뼈에 무리 가지 않는 운동만 해보자고 하기도 했다.
혼란스럽다. 부상보다도 자리를 잡은 나만의 일상 루틴이 통째로 무너지는 게 가장 싫었다. 달리던 사람에게 “달리지 말라”고 하는 건 큰 고통이다. 반대로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 강제로 운동하라고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건강을 지키고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는 ‘일상을 관통하는 해결사’가 마라톤인데, 이걸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두 발이 포승줄로 묶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마라톤을 통해 어떻게 안정을 되찾고,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나에게 맞는 치료법과 재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부상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치료 및 재활 운동을 바꿔 가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기약 없는 회복에 지칠 때가 많지만, 치료 및 재활을 통한 ‘복귀 의지’는 절대 꺾을 수 없었다.
이 타이밍에 부상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일들이 한 번에 몰려왔다. 마치 그동안 마라톤으로 단련한 내 심신의 한계점을 테스트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