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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an 12. 2024

Dear. 사랑하는 아빠에게

하늘 우체국

아빠!

사랑하는 아빠~

지금은 아빠 곁에서 나 혼자 안 자고 있어.


너무 늦게 도착해서 죄송해요.

아빠 떠나실 때 곁에 있어드렸어야 했는데..

지금은 조문객도 다 가고, 식구들도 다 자요.


난 잠이 안 와서 아빠 옆에 누워 향도 켜고 아빠랑 얘기도 나누고 있지.


아빠가 혼자라..

친척도 없고 지인들도 없으셔서 사실 삼일장이 겁났거든. 근데 자식들 복은 있으셔. 아빠 살아생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뵈러 왔어.


아빠 난...

아빠가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셨잖아. 그래서 소중한 분들께 부탁을 드렸어. 아빠 함자를 알려 드리며 아빠 가시는 길에 마음의 등불 하나씩만 켜주십사 하고.


이젠 어둡지 않으시지?

오늘 등불을 밝혀 주신 분만 해도 엄청 엄청 많았거든. 내가 아빠 가는 길에 등불을 밝혀주신 분들께는 다 따로 감사 인사를 드릴게.


그러니 행복하게 편안히 엄마와 손잡고 그 길로 걸으셔요.


내 몸 내피가 다 엄마아빠이잖아. 그래서 너무 가슴 아파하지 않기로 했어. 아빠도 엄마도 나에게 남아 있는 거니깐.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어.


아빠. 오늘 내려오면서도, 내려와서도...

사실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조금 마음에 평안을 찾은 거 같아.


내가 계속 영정사진을 못 쳐다봤잖아.

무섭다고...


근데 어느 순간 아빠가 나한테 말을 걸고 계신다고 느껴졌어. 그래서 아빠 영정 사진을 봤더니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나오더라. 그 후론 아빠 사진이 살아 계신 모습처럼 나한테 말씀하시는 거 같았어.


'왜 이제 왔냐고, 아빠가 니 걱정 많이 했다고, 아빠가 너 많이 기다리고 보고 싶었다고. 울지 마라고. 아빤 엄마 만나 괜찮으니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고..'


아빠와 울며 얘기를 하고 나니 더 이상 아빠 사진이 무섭지 않더라고.


계속 부르셔서 내가 그렇게 느꼈나 봐.


아빠.. 언니들하고 조카들하고는 방에서 자고, 윤호는 큰 이모부 따라 누나, 큰 형아랑 큰 이모부댁에 자러 갔어.


남어지 사위 셋이 술 한잔씩 하고 빈소에서 식당에서 주무시고 나는 아빠 향 옆에서 아빠랑 얘기하고.


아빠 내가 행복한 얘기 하나 해드릴까?

엄마 이종사촌들 하나도 안 와도.

아빠 형제, 친척, 지인 하나도 없어도 자식들 지인들이 아빠를 뵈러 나라 끝에서도 계속 오고 계셔. 이만하면 아빠 잘 사셨어. 자식농사 잘 지었으니 아빠 가시는 길에 다들 먼 길과 수고를 지고 오시는 거지. 뿐만이야. 내 소중한 분들은 아빠함자를 읽으셨고 명복을 빌어 주시며 마음의 등불을 밝혀 주셨어. 


이젠 무섭지 않지?


그러니 평생 아들 없다고 서러워하셨던 거, 아빠 혼자라고 외로워하셨던 거, 이젠 다 놓고 가셔.


그만하면 아빠는 아빠대 사느라 사셨을 거라 이해돼요.


아빠, 모두 코 골고 잔다. 막내는 코 골면 못 자는데.. 내일 다 코 골았다고 막내가 엄청 꿍시렁하겠어. 근디 어쩌. 내가 형부를 어떻게 깨워! 코 골지 마시라고...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저리 깊이 주무실까 싶네.

장례식 첫날도 이렇게 바쁘면 이튿날은 더하겠지.


아빠 소원대로 산소묘는 못 해 드려도 잔디추모로 하기로 했어. 이해해 주실거지?

그것도 엄마처럼 뿌리 자는 걸..  막내가 많이 애써서 잔디로 모시는 거니 막내 많이 이뻐해 주셔요. 막내가 아빠 장례진행하느라고 참 고생 많이 했으니께.


아빠..

또 갑자기 보고 싶거나 할 말이 생기면 자주 편지할게.


아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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