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정말
숨도 못 쉬고 떨었더랬다.
초가을 장마가 무서웠다.
며칠째 정전이 이어지고,
마당에 웅덩이가 고였다.
그사이 아끼던 장작이 젖을까
노심초사했다.
불이 켜지니 세상이 환하다.
그래 이번 장마로 노아의 방주까진
아니었어.
장작이 비에 흠뻑 졌었지만,
물러지고 내려앉지 않았다.
내 이욕에 마당에 두었다가
안 맞을 비를 맞혀 속상하고
미안했다.
아끼는 나무였다.
장작으로 써도 좋고 , 숯이 되어도 좋을.
습도가 높으니 나무도 고단해 보이고
내 몸과 마음도 구둔하다.
가을햇살에 나무가 마르길래
내 마음도 널어놨다.
나무도 나도 헐거워진 결을 다시 말리리라.
너른 마당엔 나무도 살고
나도 산다.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생명이 다할 때까지 또 살아낸다.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면
아껴 때리라.
그 따뜻함에 손 녹이며
깊은 아랫목에 누워 쉬고 싶다.
고구마도 굽고 가래떡도 구워며
하루만큼씩 시간을 삼키리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어제와 오늘사이
오늘과 내일 어디쯤.
우리는 또 살리라.
이 작은 시골집에서
오늘과 내일 어디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