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계절이 왔다. 요즘은 붕어빵 사러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식구들도 한두 개씩 먹더니 10년을 넘게 사다 주니 다들 붕어빵 덕후가 됐다.
우리 동네 사장님 붕어빵은 바삭하고 맛있다. 다소 과한 인심만 아니면 좋겠는데 그게 좀 아쉽긴 하다. 한마디로 붕어빵에 균형이 없다. 붕어들이 다소 뚱뚱하고 세수를 안 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얼굴도 까맣고, 지느러미는 발꼬락처럼 탔고 꼬리는 애기 응가처럼 뭉글뭉글 뚝뚝 흐른다.
자고로 붕어빵이란 꼬리와 지느러미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보통 붕어빵 소는 배에만 넣고 지느러미 꼬리에는 빵만 폭신하게 구워 나오기 마련인데 말이다.
붕어가 직접 슈크림을 물고 나오고, 지느러미 꼬리의 경계가 없이 꽉 차서 나온다. 더러 소가 넘쳐 구워져서 꼬질꼬질한 얼굴도 꽤 있다.
듬뿍듬뿍 주시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붕어빵인지 팥만두인지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그뿐인가 슈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나오는 애들은 황달 온 붕어들 같다.
사실 난 피자도 도우를 더 좋아하고 붕어빵도 꼬리 때문에 먹는 거지만 이거라도 감지덕지 먹고 있다. 요즘 붕어빵 맵이 생길 정도로 붕어빵 파는데가 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붕어빵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운데 사람이야 오죽할까. 나는 이렇게 붕어들에게 맞춤형 위로를 받는다.
머리가 엉망인데 나갈까 말까 할 때도 붕어도 세수를 안 하는데 모자 쓰고 나 가지 뭐 하고 사러 가고, 하나 더 먹을까 말까 할 때도 붕어도 배 터지게 소를 먹고 오는데 나라고 뚱뚱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하고 쉴 컷 먹어버린다.
이렇게 자기 위안을 하며 배를 두드리면 떠오른다.
내가 터진 붕어빵 만드는 사장님과 다를게 뭐지?
"아, 내가 붕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