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윤동주 님께

보내지 못하는 편지

< 별 헤는 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려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 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위에도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하늘과 바람과 별시-윤동주]

한번도 당신의 삶 인적이 없어서

당신의 헤아릴 수 없어

죄송합니다.

잘 모르는데…

당신의 고통을 잘 모르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못다 지낸 가을이

이곳을 지나는 중인가 봅니다.

당신의 별이 오롯이 빛나는 밤은

이렇듯 슬픔이 넘치는 밤이겠지요.

당신이 못다 한 청춘은

우릴 지켜내고 우리의 자랑이 되어

무성히 피어났습니다.

어머님은 만나셨을까요?

당신의 슬픔이 이곳에 남아 땅을

울리는 듯 합니다.

당신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은

이곳에서 별과 바람과 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고 감사한데

당신의 슬픔을 닦아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이 남겨둔 아침과 다하지 못한

청춘을 우리들 가슴에 별로 새겨두겠습니다.

당신의 자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이 밤을 새우던 그리움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모든 동경의 별이 되어

북간도를 훤히 비추시길 바랍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21. 10. 15

<당신이 남겨주신 잔디 위에 태어난 이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