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2.2/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잠이 쏟아졌다>


자다 깨고, 다시 자고를 삼일 동안 반복했다. 병원을 다녀오고 모아둔 글감을 펼칠 새도 없이 잠과의 사투에 빠졌다.


이제 더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두통이 심하고 안통이 올라온다. 그런데도 정신은 맑다. 뭔가 리셋된 기분이 든다. 남길 글이 많았는데 자면서 많이 잊어버렸다. 야속한 글감은 잠이 드는 찰나에만 찾아와 속삭이고 사라졌다.


이방원 선생님 말씀처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축구는 16강을 갔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안락한 집에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많은 격분에 감정들이 어느 우물에 빠져 용해된 느낌이다. 느껴지지 않는다기 보단 받아들여지고 있다가 더 가까우리라.


갑자기 보고 싶은 이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생각난다.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일 테다.


고수운 둥굴레차 한잔에 그분의 시를 읽어야겠다. 붉은 사랑이 온몸에 다시 뜨겁게 순환시키도록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2.1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