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26/목)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나이다>
경칩을 빨리 맞은 개구리는 얼어 죽기 마련이다. 개구리도 날씨를 보고 기지개를 켜는데, 나는 나의 온도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는 걸 느껴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걷기를 시작한 나흘동안은 불안장애도 공황이나 기타의 신경통도 발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으로 오는 근육통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경기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설렜었다. 신경통과 근육통은 엄연히 다르다. 신경통은 감정을 동반하고 무기력하며, 근육통은 불편하나 감정을 동반하지 않고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루 세 번 먹던 약도 멈추고 숨이 목을 타고 오를 때까지 걷고 걸었다. 틈만 나면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빼곡히 운동으로 채웠다. 하루빨리 2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은 고작 사일이었다. 어쩌면 이 사일도 기적이었을지 모른다. 일이 있어 이천보에서 삼천보만 걷고 오는 날이면 며칠이 힘들었다. 힘에 부쳤지만 연속 걸을 수 있는 걸 확인했을 때부터였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사일째 만보를 걷고 기력이 모두 소진된 날 밤부터 나의 고난의 행군은 시작되었다. 밤샘 구토에 숨조차 못 쉬기 시작했다. 오심과 현기증을 동반한 통증에 이삼일을 꼬박 앓았다. 물론 아직도 기력이 다시 돌아오지는 못했다.
난 나에게만 미련한 내가 안타깝다. 나는 나를 꼭 끝까지 밀어붙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항상 후회를 하지만 내가 설득되지 않으면 포기도 질주도 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주변에서는 분명히 다 말렸었다. 2년이나 아팠던 몸이니 하루에 삼천보씩 걷다가 차츰 늘리라고 말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해보고 싶었던 고집은 성과 없는 승자가 되었다.
결국 몸에서 백기를 들고 나서야 알았다. 마음은 아직도 반항하고 싶은 청춘이지만, 몸은 멀리 왔구나.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삶을 탈피하고 싶은 나의 몸부림은 아직 껍질을 벗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예상했던 일이었는데도 역시 닥치면 또다시 아프다. 하지만 나는 다시 회복되는 날부터 이어갈 생각이다.
더 이상 수치를 맞추는 데는 중점을 두지 말아야겠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이성을 따라야 한다. 나의 컨디션이 우선이다.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시간과 수치를 맞춰 놔야 맘이 편하다. 이것도 하나 버려야 할 나의 습관이다.
나는 불안장애 이 친구를 친절히 보내주고 싶다. 우리의 동거는 이만하면 충분했다. 너의 생각도 그러길 바란다. 불안아, 나는
너와 내가 서로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빌어 주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간약한 의지여서는 안 된다. 굳은 다짐과 실천이어야만 한다.
비록 지금 나의 계절은 겨울이지만, 겨울 다음은 봄이지 않은가.
겨울을 잘 이겨낸 꽃의 향은 매우 진하다.
나의 봄에는 향이 진한 꽃차를 대접하고 싶다.
귀히 가꾼 나의 겨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