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7.3-1/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센 놈, 질긴 놈 , 성실한 놈>


굿모닝~

좋은 밤 되셨나요?

저도 조금 잘 잤습니다.


와~

빡세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사람을 굴려도 굴려도 이렇게 쇠똥구리처럼 동글동글 쉴세 없이 굴릴 수 있나요?

아주 성실한 놈입니다.


쉬지도 않고 공황이와(과호흡+알 수 없는 고통) 우울이가 협동공격을 하는데.. 보통 질긴 넘이 아니고요.


정신 줄 잡고 있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어제는 정말 단 십 분도 안 아픈 시간이 없었네요. 약을 먹고 죽을지 통증에 죽을지 상관없을 정도였으니깐요. 몇 알의 약이 위를 통과했는지 셀 수 없었어요. 아주 쎈놈이 확실합니다.


우울이가 왜 힘이 세지는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아니 난 자기한테 관심도 없는데요.


이놈 스토커인 거죠?

신고해 주세요..

질병관리센터로요.

일산 정발산동 주민을 괴롭히는 괴우울증이 있다고요~~


에효~

징한놈…


요번 주 목요일은 정신과 가는 날이에요. 정말 상세히 상담 좀 해보고 싶네요.


오늘까지 운동할 곳을 정해서 언니들한테 보고해야 하는데.. 운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제 같으면 거의 죽은 사람 같았거든요.


저번에 꿈에 ‘기억해야 해 기억해야 해’ 하고 메모해 둔 글 있잖아요. 그 말이 어제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어요.


왜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이토록 숨 막히게 치열한 걸까? (23.6.17)


저에게 삶은 한순간도 순탄한 적이 없었네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요.


그래서 제 내면의 울부짖음을 제가 들은 거 같아요~


그 모든 아픈 순간들이 발효가 되어 좋은 작가가 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아픈 사람들의 한쪽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꿈이 너무 거창한가요?


아파보니 알 수 있는 게 있어요.


아파본 사람만의 고통~

이게 정말 돈주고도 배울 수 없고,

공유할 수도 없는 경험이라서요.


지금 고통에 ‘이 글, 저 글’저 헤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하고 싶네요. 조금이나마 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요.

혼자가 아니시니깐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매일 이승과 저승의 다리를 오가고 있어요.


퇴근은 이승 쪽으로 하고요.


또 한주 힘차게 보내셔요.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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