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회색앵무
알렉스는 아직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었다. 죽기 전날 저녁 알렉스는 페퍼버그에게 말했다.
“잘 있어, 사랑해.”
인간들이 인간 이외의 지성과의 관계를 원하는 것이라면, 이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
유튜브에서 알렉스의 부고를 알리는 오래전 뉴스를 찾아보았다. 혹시 소설가 테드 창은 이 뉴스를 보고 소설을 구상했던 건 아닐까. 나는 그의 난해하면서 유려한 과학 소설들 사이에서 <거대한 침묵>이라는 짧은 이야기에 반갑게 책갈피를 꽂아 넣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화자이자 주인공이 새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화자는 자신이 환경 파괴로 멸종을 앞둔 푸에르토리코 앵무라고 밝힌다. 그는 인간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의 이상함을 안타까워한다. 소통 가능한 인간 외 존재를 그토록 갈망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우주 너머로 신호를 보내면서도, 정작 바로 곁에 살아가는 비인간 지성은 철저히 무시해 온 그 이상함을 말이다.
화자 앵무새는 알렉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렉스는 뛰어난 인간 언어 구사와 인지 능력으로 유명했던 아프리카 회색앵무다. 반려인이자 연구자인 페퍼버그 박사는 그가 형태와 색채 같은 추상 개념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알렉스는 자신의 탈모에 불쾌감을 표현했다고도 한다. (기분이 엿같네!) 서른한 살의 알렉스는 어느 저녁 반려인에게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야기의 화자는 알렉스의 인사를 이어 받아 인간 독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로 남긴다. 한때 눈을 맞추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존재했던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거대한 침묵>이라는 제목은 인간의 부름에 응답하는 순간부터 닥칠 위험을 감지했던 수많은 ‘외계 지성’들이 차라리 침묵을 택했다는 역설에서 비롯되었다. 자신들의 지성을 애써 숨겼음에도 더 이상 삶을 지킬 수 없게 된 새들은 끝내 소멸을 받아들이고 거대한 침묵 속으로 합류한다. 인간에게 화답했던 알렉스를 생각한다. 그의 반응은 섣부른 실수였을까. 그를 향한 반려인의 애정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생 연구 대상으로서 혹독한 과제를 안고 살아야 했던 앵무새의 삶이란 얼마나 행복했을까. 원망 대신 다정함을 지켜냈던 불가사의한 속마음을 상상해 본다. 알렉스의 눈을 잠시 마주 보고 싶었다.
* <거대한 침묵> 중, <숨>, 테드 창, 김상훈 옮김, 엘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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