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겨울을 좋아한다. 겨울의 차갑고 맑은 햇살을 좋아한다. 코끝이 쨍하게 시린 맑은 날에는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지곤 한다. 겨울에는 나를 하루 종일 집에 묻어 두어도 지루함이나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단, 이 계절 특유의 쾌감을 즐기려면 충만한 햇살은 필수다. 산책조차 어려울 정도로 춥고 스산한 나날이 며칠 동안 계속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버티기 기술이 필요해진다. 요즘 나는 이런 때를 위한 새로운 기술 하나를 연마하는 중이다.
우선 침침한 부엌에 따뜻한 노란빛 등을 켠다.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느라 잠시 고민한다. 저울, 스텐볼, 주걱 등 도구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깨끗이 닦은 테이블 위에 놓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 발효종(혹은 이스트)이면 충분하니 이것저것 챙기느라 분주해질 일도 없다. 배경 음악 위에서 도구들이 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반죽을 시작한다. 통실통실하게 부푼 반죽을 통통 두들겨본다. 치아바타를 만든다.
빵 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불현듯 솟아오른 ‘꿈’이었다.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는 게 아니라, 옆 사람과 나누어 먹을 빵 정도는 스스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싶었다. 밥도 요리도 아닌, 빵이었다. 감각이 있는 편은 아니어서 제법 먼 곳에 있는 학원을 다니며 네 시간짜리 수업을 들어야 했다. 매주 한 번씩 여섯 달을 꼬박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빵이라는 새로운 감각은 몸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나는 빵 굽는 사람이 되어갔다.
왜 하필 빵이었는지 나의 ‘빵 충동’이 종종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빵이라는 작은 물체에 내가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두 개의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움과 쓸모. 차분한 집중과 따뜻한 고소함의 조합이 우울감에 발휘하는 효과는 이미 확인했다. 빵이, 나만의 빵을 완성하는 최적의 레시피가, 그것이 지닌 맛있고 아름다운 가치들이, 내 몸과 삶에 고루고루 배어들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치아바타를 굽는다.
#내 손가락 위의 새
#토요 그림에세이
#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