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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Dec 14. 2017

지난 번의 쇼도시마

쇼도시마 #1 엔젤로드와 도후치 해협

쇼도시마는 올리브와 풍차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커다란 섬이자 세토우치 예술제에 등록된 작품도 꽤 많이 품고 있는 곳이다. 비록 쇼도시마에서의 일정은 세토우치 예술제에 등록된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식은 아니었지만, 섬 자체에 독자적인 풍경이 많이 남아있어 그만으로도 하나의 미술관을 둘러본 느낌이었다.


쇼도시마에 가는 배는 다카마츠에서도 탈 수 있고, 오카야마에서도 탈 수 있는데 이날은 오카야마(신오카야마 항)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했다. 1시간 10분 정도면 쇼도시마에 닿는다. 쇼도시마는 제주도의 1/3 정도 사이즈나 되는 제법 큰 섬이라 도보만으로는 절대 둘러볼 수가 없어 섬 안에서 어느 정도까지 돌아다닐 것인지,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통은 '올리브 버스'라고 불리는 섬 내 순환버스나 정기 관광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우린 좀 더 용이한 이동을 위해 아예 차를 빌렸다. 별 것도 아닌 버스 시간표에서 벗어나는 일 하나만으로도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지니 여행의 힘이 참 강력하긴 하다.  


첫번째로 들른 곳은  하루에 딱 두번, 두어시간 정도 모랫길이 열리면 섬과 섬이 이어지는 '엔젤로드'다.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벌어지는, 다분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모랫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에 엔젤로드는 늘 사랑을 이루고픈 이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문득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진다. 이 모랫길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있는데도 추가로 더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것은, 아직은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까? 혹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걸까?  그렇다면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은 사랑을 이룬걸까?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이쯤에서 그런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눈 앞의 풍경은 구구절절한 부연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어차피 우리도 그런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이 곳을 방문한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이곳은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연인의 손을 잡고 모랫길을 거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하트모양의 나무판이나 조개껍데기에 사랑의 기억을 남기거나, 엽서를 한장 적어 우체통에 넣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엔젤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좁은 해협'으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어있는 '도후치 해협'이 있다. 사실 큰 볼거리는 없는 곳이지만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모호한 의미를 담고있는 엔젤로드보다는 이쪽이 더 내 취향이긴 하다. 여기서는 10m가 채 되지않는 좁은 해협을 무려 '걸어서' 횡단할 수 있는데 원하는 사람에겐 해협 횡단 증명서도 발급해준다. 별 것 아닌 한 장의 종이 조각이지만 막상 이 종이를 손에 쥐고 보면 마치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태평양이라도 건넌 듯한 느낌을 받게 되니 이 또한 매력적이다. 오카야마에서 쇼도시마로 오기 위해 바다를 건널 때는 큰 페리를 타고 왔는데, 정작 쇼도시마에서는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점도 꽤 독특한 점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덧붙이는 말.

해당 매거진 도입부에 얼핏 썼듯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한건 지난 번의 쇼도시마 덕분이었기에, 쇼도시마 이야기도 연달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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