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국보다 8시간이나 느린 유럽에서의 아침은 유독 버거웠다. 잠 좀 자볼까 겨우 눈을 감았지만 이미 창 밖은 사람들이 다니는 소리로 어수선한탓에 잠을 설쳤다.
밝아오는 아침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커튼으로 끌어 저항해보지만 어떤 틈이라도 놓치지 않고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집요하다.
얼떨결에 현지 시각으로 기상은 했으나 표정은 레드썬.
난 졸리지만 절대 졸리지 않다고, 잠꼬대하듯 중얼거리며 거리를 나섰다.
어느 곳이든 아침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만원 지하철을 타는 대신 가로수 옆 카페테라스에 앉는다. 사무실에서 조용히 마시던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없다. 태양보다 부지런한 카페의 간판 너머로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손가락을 한 개 펴서 이거 저거하고 가리키니 주인은 알겠다며 웃는다.
사실 커피 향은 핑계였고,
정확히 말하면, 멋들어지게 진열된 갓 구운 빵들이 나를 불렀다. 우리 좀 만나야 한다고. 지금 당장.
결론적으로 나는, 총 10일간의 일정 중 10번의 아침을 크로와상으로 채웠다.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버터를 삼킨 결은 부드럽다가도 적당히 고소하다.
바스락 거릴 때마다 각성의 재미가 있다.
무언가 허전하다 느낄 즈음 커피도 한잔 주문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아침다운 아침이 있을 것이다.
나처럼 강박을 가진 사람에게는 커피는 상수다.
늘 같은 값으로 존재한다.
이곳에서의 나의 상수는 진한 라떼, 꼬르따도(Cortado)라고 부르는데, 우유를 넣은 에스프레소이다.
커피 잔도 앙증맞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기본 종이컵보다 조금 더 작은 잔에 채워 마시는데 한 잔 털어 넣기 딱이다.
그 한 잔을 털어내도 온기가 남아서 내 손을 잔을 놓지 못한다.
마시다 만 듯한 기분이 아쉽다.
꼭 쥔 손은 사실, 아침이 아쉽다.
라떼가 식을 때까지 날은 밝아왔고 아침은 그렇게 말없이 나와 함께 있었다.
아침,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작.
일정이 다소 바쁘다. 짊어지고 온 가방 꾸러미들이 보여주듯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시작을 이어나간다. 새로운 곳이든 세상의 끝이든 나는 허기를 달래고 오늘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미리 준비한다.
나의 모닝루틴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유난스럽지 않은 만큼 결코 헛되지 않다.
아이는 나를 닮았는지 늘 자기 전에 아침 일찍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평소에도 등교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데 왜 굳이 그런 부탁을 하느냐 물었다. 등교시간은 정해져있지먀기상시간은 자기 마음이니 여유를 부리고 싶어서라는 대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은 미처 선을 긋지 않은 하얀 종이를 닮았다.
전 날 밤, 무슨 일이 있었든 어둠은 지나가고 하얀 공백만 남는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신이 우리에게 매일 선물을 하나 준다면 바로 아침일 것이다.
같은 선에서 시작하기에 쫓기고 뒤쳐짐이 없다.
그러면서도 아침의 나는 그날의 방향을 정한다.
모닝 루틴을 잘 치르고 나면 마치 연료 가득한 차를 운전하듯 어떤 먼 여정도 겁나지 않는다.
나에겐 아침 식사가 그렇고 아침 기록이 그렇다.
밥심과 글심, 이거 두 개면 무전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침이면, 점심 저녁과는 다르게, 내 안에 솟는 굳건함이 있다.
어쩌면 아침은 신이 만든 가장 영악한 시간일지 모른다.그렇게 나는 또
얼떨결에 아침을 살고
결국은 열심히 하루를 산다.
Break-fast, 굶주림을 멈추고 이제 채우는 시간
윤진 대표가 운영하는 매거진 '아침'의 브랜드 미션은 "아침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이다. 아침이 가진 특유의 속성 덕분에, 아침 시간은 가장 고요하고 나만 홀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특히 아침 식사는,
특권 중에서도 조금 더 부지런한 아침 인간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권리이다.
아침 식사(breakfast)의 어원을 살펴보면, 밤새 굶주린(fast, 굶주린 상태라는 뜻) 상태를 깨부수고(break, 깨부수다) 무언가를 채우는 행위를 의미한다.
속이 허한 상태를 느끼기 쉽지 않은, 소위 말해 '음식의 풍요기'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굶주림은 의지이고 자기 조절이다.
그래서 오래 지속된 공백을 깨는 것은 용기와 결단의 행동이다.
아침 식사는 밤새 텅 비어있던 시공간에 종을 울리는 부지런함이다. 그것은 그저 내 귀에만 들리고 내 안에 흔적이 남으면 충분하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오지만 그 아침을 온전히 만끽하는 건 각자의 몫이니.
그리고 난 누구보다 사소하고 든든하게 나의 몫을 해나갈 뿐이다.
나는 영화 300에서 제라드 버틀러가 했던 말을 빌어 나의 아침 밥상이 어떤 의미인지 소개하며 다시 밥을 먹으러 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