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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18. 2020

개성식 술 약과, 주악

어느 화가의 밥상 / 개성 음식 페스티벌 10





엄마의 이종 사촌 언니.

우리는 봉순 이모라 불렀다.

그 이모님은 재미나고

평생 닥터 지바고 한 권만 달달 읽으셨으니

청순한 문학소녀풍이셨다.


자주 집에 오셨는데

번개만 치면 이불속으로 숨는 분이셨다.

절실한 카토릭 신자이시지만

번개는 무서워하셨다.


그 이모는 개성 주악을 잘해서

개성 사람들 사이에서도

주문을 자주 받으시는 분이셨다.




개성 주악은

술이 많이 들어가는 개성식 고급 약과이다.


약과는 기름에 지졌으니 떡은 아니고

구운 것도 아니니 과자도 아니고

과자나 파이 만들 반죽을 튀겼으니

한국식 도넛에 가깝다.


약과와 주악의 차이는

약과는 밀가루 반죽에 참기름이 들어가고

주악은 찹쌀과 밀가루 반죽에

막걸리나 정종이 들어간다.


튀긴 약과나 주악은

조청과 물과 생강을 넣어 끓인 시럽에 묻혀 완성한다.



나는 꿔바로우(탕수육)도 밀가루보다는

찹쌀로 튀긴 것이 더 낫고

떡도 술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술이 들어가면 발효 음식으로 둔갑하니

발효 음식의 맛을 좋아하는 셈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주악이

내게는 최고의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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