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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11. 2020

한방탕보다 낫다.  
머위잎 해장국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64





지난봄에 들깨 머위대 국을
하도 맛있게 먹었던 차라
머위잎을 삶아서 저장만 해놓고
잊고 있었다.

고구마잎으로 해장국을 해 먹고 있는 때이니
지금 머위잎 해장국을 해 먹으면
비교가 되고 좋을 성싶다.



머위잎은 본디 쓴맛이 많다.
국으로 푹 끓이니
한방 해장국보다 더 씁쓸하다.
아니 확연히 깔끔하게 쓰기에 더 낫다.

내가 좋아하는 얼갈이 해장국보다
깊은 맛에서 차원이 높다고나 할까?
긴 여름 늦장마로 심어 놨던 얼갈이가
다 녹아 자취를 감춘 것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올해 새로 발견한 큰 수확 두 가지는
머위와 고구마이다.
둘 다 뿌리부터 잎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고구마잎 해장국과 비교해도
단연 머위잎 해장국이 우위를 점한다.



워낙 해장국을 좋아하다 보니
끓이는 노하우가 생겼다.
멸치 육수 대신 멸치액젓을 넣고
조선 된장은 조그만 풀며
참치 통조림을 넣는다는 것이다.
좀 더 진국으로 먹고 싶으면
나중에 돼지고기를 첨가하면 된다.
그 외 다른 것은 일체 넣지 않는다.

한 솥 해놓으면 수시로 덜어 데워서
밥을 말아먹으면 만족스럽다.
게다가 질리지도 않는다.

마지막 남은 진국은

밥을 질척하게 넣고 볶음밥으로

해 먹으면 디저트가 필요 없어진다.


반찬으로는 고구마순 김치나
때로는 물에 담가 짠 기 뺀 짠지
몇 조각이면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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