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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r 16. 2024

인왕산 6  
인왕산 주변 명소 1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화가의 심미안과 통찰력으로 본 

<핵심 미술 이야기>






인왕산 6



인왕산 주변 명소 1


필운상화(弼雲賞花), 겸재 정선, 1750년 경,

지본 담채, 27.5 × 18.5cm, 개인소장




시야가 탁 트인 곳

필운대


태견이 전수되어 내려온

'감투 바위' 밑자락에

'필운대'라는 바위가 있다.


지형적으로 필운대 일대는,

북쪽으로는

백악(북악)과 동등한 선상에서 마주하고

서쪽으로는

인왕산 골짜기의 속살이 한눈에 들어오며

동쪽으로는

경복궁이 훤히 다 보인다.

이 그림에서는

필운대의 탁 트인 남쪽을 보여주고 있다.

남산(목멱산)이 인왕산과 손잡고

한양을 둘러치고 있는 안온한 형국이다.

멀리 관악산이

멀찌감치 어깨너머로 기웃거리고 있다.


필운대는 영의정을 지낸

백사 이항복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배화여대 교내에 위치한다.

구릉 아래쪽 암벽에

'弼雲臺(필운대)'라 새겨져 있고,

위에 정자가 있다.

예전엔 주변에 살구나무가 많아

도성 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이라 전한다.

해마다 봄이면 시인 묵객이 몰려

시를 읊조리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학교 건물에 가려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되었다.




위의 겸재 정선의 그림은

다른 제목으로 장동춘색이라고도 하는데

옅은 분홍색으로 처리된 꽃나무가

장동에 봄 나드리 풍속과 풍경을 보여준다.


옛 양반들은 봄놀이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나 보다.

의관정제한 사람들이 구릉 위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 같지는 않고

중심이 되는 어르신 주위로

앉거나 서서 예의를 갖추고 있다.

동자를 동반해 지팡이를 들고

언덕을 오르는 인물도 있다.

언덕 밑에는 양반 두 명이 있고

마부와 말이 있다.

요즘으로 치면 주차장 풍경이다.


겸재 이후에 단원은

궁중 미술을 담당하던 도화원에 근무하며

왕가를 위해 서민 민속화도 그렸지만

겸재의 그림에는

양반들의 생활상이 담긴 풍속이 많이 보인다.

요즘으로 치면 상류층 모임에 사진사 역할?


화면의 가운데에 필운대를 배치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겸재는 평생 어디를 가나 가장 멋진 곳을

최선의 구도로 압축해서 그려냈다.

그것이 본인에게

아름다움을 다루는 즐거운 방식이었지 싶다.





겸재의 장동팔경첩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은

금강산과 한강 및 장동을

시리즈로 그려냈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압축해서 담아냈기에

아름다웠던 옛 서울의 모습을 짐작하기에

다시없이 좋은 자료이다.


장동팔경의 위치들은 거의 계곡 풍경들이다.

산속에 아름다운 계천 가에 정자가 있다.

풍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계천이 좋은 점은

나무 그늘이 있고

바위들 사이로 맑은 물이

계속 흘러 시원하다는 것이다.

계곡이지만

트인 앞으로 멀리 산이 보이면

아늑하면서도 시야 또한 좋다.


장동팔경에는

장동 안 인왕산과 백악의

거의 모든 계곡이 수렴되어 있다.

장동의 팔경 중

인왕산의 계곡은

수성동, 옥류동, 정풍계, 백운동(자하동)이고

백악의 계곡은

독락정, 청송당, 대은암 계곡이며

인왕산과 백악의 사이 계곡은 

창의문이다.

그리고 취미대만 벌판이다.

도심에 있는 산이다 보니

지금은 대부분 훼손되었고

수성동 계곡 한 곳만 복원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소리가 웅장하고도 시원했던 물소리골

수성동 계곡






수성동, 장동팔경첩, 정선,

견본담채, 33.7×29.5 cm, 간송미술관




어려서 인왕산에는

물이 참 넘치도록 풍부했다.

버드나무 약수터나 석굴암을 가도

늘 냉수욕하는 동네 아저씨들을 볼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수성동 계곡은

폭포 같은 물소리에 온 천지가 울리는 듯했다.

수성동(水聲洞)의 수자는 '물 수'요,

'성' 자는 '소리 성' 자이다.

수성동 계곡을 우리말로는 '물소리 계곡'이다.

계곡의 수원은 인왕산 8부 능선에 쯤에 있는

석굴암 약수터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물골안'이라는 곳이 있다.

젊은 시절 궁금하여 가본 곳이다.

널찍하고 평평한 계곡에

물줄기가 한 가닥이 아니라 십여 가닥이

풍부하게 내려 흐르는데

풍부한 물이 참으로 장관이고 특이했다.

그곳 수원은 축령산에서 내려오는 물이었다.

물이 풍부하니 위로 올라가도

계곡 또한 피서하기에 좋았다.

지금은 휴양지가 되었다.


수성동 계곡 입구 일대는

안평대군의 별서 비해당 자리였다 한다.

겸재의 수성동 그림을 토대로

복원 공사 중

'기린교'라는 통돌 다리가 발견되어

제자리를 찾았다.




이 그림은

선비들의 동네 유람 풍속을 보여준다.

막 돌다리를 건넌 앞선 이 가 팔을 벌리고

뒷사람에게 뭐라 한다.

뒷사람들은 서서 소나무와 바위를 감상하고

끄떡이고 있다.

먹과 푸른색을 혼합해서 나오는

묵직하고도 푸른 담채가

계곡의 시원한 분위기를 한층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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