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 하기 싫은 날

5초의 마법

by 에그페스토

캐나다의 석회수와 반곱슬의 내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머리카락이 뻣뻣해지고, 바람이 불면 다 엉켜버리고, 그렇게 뒤통수에는 괴수의 꼬리가 반갑다고 인사를 할 것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샴푸 후 린스를 한다.


하지만 린스를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사실 펌핑 한 번하고, 머리카락에 묻히면 꼴랑 몇 초도 안 걸린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귀찮고 너무너무 하기 싫은 날이 있다! 한번 하기만 하면 부드러운 머리칼과 함께, 바람에도 끄떡없을 텐데... 그 한 번이 참으로 어려운 날이 있다.


러닝도 그렇다. 30분 인터벌트레이닝을 설정해 놓으면 23분까지는 속도를 유지해 가며 잘 달린다. 하지만 남은 7분이 정말 시간감옥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하, 시간을 다루는 마법사가 나를 괴롭히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렇게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나는 주먹을 쥐고 숫자 다섯을 센다. 포기하고 싶은 딱 그 지점에서, 숫자 다섯을 세며 '5초만 더 해보자. 딱 5초만 더.' 그렇게 마의 5초 구간을 지나면 어느샌가 내 마음엔 '조금 더 할 수 있겠는데?' 하는 희망이 자리 잡는다. 그렇게 헐떡이는 숨과 함께 목표에 도달한다.


이방인으로 지내는 이곳에서 매 순간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주먹을 꽉 쥔 채, 딱 5초를 센다.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컬리지 수업에 적응할 때, 인터뷰를 보았을 때, 업무에 적응할 때 등 항상 그 5초가 내 곁을 지켰다.


그렇게 5초의 주먹은 오늘도 귀차니즘 괴물을 무찌르고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머리칼을 지켜주었다.